군사용도 사용 의심 시 미 당국 불허 가능성은 남아
"기업 시간·비용 측면에서 자체 수출통제해야"
미국의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적용 대상 품목에 휴대폰이나 자동차, 세탁기 등을 포함한 소비재는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수출해오던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러시아 수출통제 관련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주요 문의사항에 대해 미 측이 이렇게 답변했다고 3일 밝혔다.
산업부는 “미 상무부가 스마트폰, 완성차, 세탁기 등의 경우 FDPR 적용대상이라고 해도 원칙적으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재로서, 군사 관련 사용자로의 수출 등이 아닌 한 예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 주재 한국 기업의 현지 공장으로 부품 등을 수출하는 것과 관련한 문의에 대해, 미측은 “거부원칙(policy of denial)의 예외로서 사안별 심사를 통해 허가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했다. 베트남 등 제3국에 소재한 우리 기업의 자회사로부터 러시아 소재 자회사로 수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FDPR은 제3국에서 생산됐더라도 특정한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제재 대상으로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제재의 경우 △전자(반도체) △컴퓨터 △통신·정보보안 △센서·레이저 △해양 △항법·항공전자 △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 품목 및 기술이 대상이다.
세부 내용은 3일(현지시간) 미 연방관보에 게시되는데, 실제 발효일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지난달 24일이다. 다만, 이달 26일 선적분까지 FDPR 적용 유예 인정 조항을 두고 있어, 적용 예외국에서 제외된 한국으로선 그나마 여유를 갖게 됐다. 다만, 러시아가 이들 제품을 사들여 군용으로 사용할 경우 통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현재 미국의 제재에 보조를 맞춰 러시아에 대한 독자제재에 나선 유럽연합(EU) 27개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영국 등 32개국은 FDPR 적용의 예외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제재에 뒤늦게 동참한 한국은 예외 대상에서 빠지면서 부랴부랴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 FDPR 면제를 받기 위해 고위급 면담을 하는 등 ‘뒷북’ 행보란 지적을 받고 있다.
한 통상 전문가는 “FDPR 면제를 받아도 우리 정부 자체적으로 대 러시아 수출통제를 실시하는 것이라 법적으로는 차이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국내에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우리 기업에게는 시간과 비용 면에서 월등히 효율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FDPR 예외국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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