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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에 불똥…'푸틴 절친' 로만, 첼시 매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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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에 불똥…'푸틴 절친' 로만, 첼시 매각 결정

입력
2022.03.03 15:52
수정
2022.03.03 16:4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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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모비치 "가슴 아프지만 클럽 위한 일"
"매각 순익 우크라 전쟁 희생자 위해 쓰겠다"
2003년 인수 후 챔피언 클럽으로 키워냈지만
여론 악화·자산 동결에 결국 매각 결정
"금액 너무 높다" "압류 피하려는 것" 비판도

첼시 FC의 구단주인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3일 구단 매각을 발표했다. 사진은 2017년 5월 21일 선덜랜드를 상대로 EPL 우승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는 아브라모비치. 연합뉴스

첼시 FC의 구단주인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3일 구단 매각을 발표했다. 사진은 2017년 5월 21일 선덜랜드를 상대로 EPL 우승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는 아브라모비치. 연합뉴스

2003년 첼시FC를 인수해 '세계 챔피언'의 자리까지 이끈 로만 아브라모비치(55) 구단주가 결국 첼시를 떠나기로 했다. 20년 가까이 첼시를 이끌며 유럽 정상급 클럽으로 키워낸 아브라모비치는 첼시 팬들에게 나무랄 것 없는 구단주였다.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누구보다 빠른 결단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인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그에 대한 여론도 싸늘히 식었다. 여기에 러시아 자본에 대한 각종 제재가 첼시와 그를 옥죄어 왔다. 결국 아브라모비치는 "가슴이 아프지만 이게 클럽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별을 고했다.

아브라모비치는 3일(한국시간) 첼시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구단과 팬, 직원 그리고 구단의 후원자들을 위해 가장 좋은 결정"이라며 매각을 공식화했다. 지난달 27일 구단 운영권을 첼시재단에 넘긴 데 이어 구단 매각까지 결정하면서 아브라모비치는 첼시와의 20년 동행을 끝맺었다.

러시아 출신의 신흥재벌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 1억4,000만 파운드(약 2,250억 원)에 첼시를 인수했다. 그 전까지 첼시는 1955년 리그 우승 1번이 전부였던 팀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상위권이지만 세계적 클럽으로 평가할 순 없었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가 인수한 뒤 첼시는 급성장했다. 그는 약 3조 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세계적인 선수와 감독을 영입했다. 디디에 드로그바, 안드레이 셰브첸코, 미하엘 발락, 에당 아자르, 로멜루 루카쿠 등을 데려갔고 조제 모리뉴, 카를로 안첼로티, 거스 히딩크, 안토니오 콘테 등 '거장'들도 첼시를 거쳐 갔다. 결국 토마스 투헬 감독 아래 첼시는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 챔피언의 자리를 꿰찼다.

그의 빠른 판단력에 팬들도 환호했다. 아브라모비치는 팀이 부진에 빠지면 즉각 감독을 교체했다. 실제 첼시가 두 번 우승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는 모두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감독들의 성과였다. 아브라모비치가 있는 동안 첼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5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유로파리그 우승 2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 5회 등 21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아브라모비치가 등장한 2003~04시즌 이후 지금껏 영국 내에서 첼시보다 많은 우승을 경험한 팀은 없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영국 내에서 그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특히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러시아 자본에 대한 동결 및 압류 조치가 단행되면서 러시아의 대표재벌인 아브라모비치의 재산도 압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크리스 브라이언트 노동당 의원은 "아브라모비치의 자산 압류가 필요하다. 그는 러시아 권부와 연결돼 있다. 재산 축적 과정에서 부정부패가 의심된다. 아브라모비치가 이 나라에서 축구 클럽을 소유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저격했다.

결국 아브라모비치는 백기를 들었다. 그는 구단 매각 대금을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자선 재단을 설립하는 데 쓰고, 15억 파운드(약 2조4,000억 원) 규모의 대여금도 구단에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구단의 일부라고 생각하기에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순수성을 의심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푸틴의 측근인 그는 "영국 정부의 제재보다 빠르게 자산을 처분한 뒤 영국을 빠져나가려고 한다" "첼시의 매각 금액으로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을 부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브라모비치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타깃이 되면서 왕조를 구가하던 첼시가 과도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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