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태에 무죄 판결까지 겹치며
1년 흘렀지만 조직 개편안 흐지부지
"공 넘겨받을 차기 정부가 새 판 짜야"
전 국민의 공분을 촉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가 드러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부가 공언한 '해체 수준'의 조직 개편은 지지부진하다. 정부 주도의 공급 확대 정책이 진행 중인 데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까지 불거지며 '공공역할론'이 재부상한 영향이 적지 않다. 핵심 피고인들이 무죄 판결을 받은 점도 정부가 혁신 방안을 밀어붙이기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차기 정부 출범이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이상 현 정부가 LH 혁신을 완성하는 것은 사실상 난망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다음 정부가 '환골탈태' 수준의 이분법적 기능 분리에 치우치기보다는 주택 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좀 더 세밀한 조직 개편안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투기 의혹 터지자마자 '해체수준' 혁신 공언했지만...
2일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정부의 LH 혁신방안 35개 중 기능 및 조직 개편과 관련한 핵심 과제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LH 직원 대상 △실사용 목적 외 토지 취득 금지 △부동산 거래 정기조사 △유관기관 취업제한 등 내부 통제를 위한 쇄신은 속도감 있게 추진됐지만 정작 핵심인 조직 분리는 발이 묶인 꼴이다.
정부는 지난해 LH 투기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9일 만에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사를 기능별로 분리하는 조직·인력 개편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토지와 주택·주거복지로 병렬 분리(1안) △주거복지와 토지·주택으로 병렬 분리(2안) △주거복지와 토지·주택으로 모·자 분리(3안·정부안)를 놓고 7월과 8월 공청회를 거쳐 여야 합의하에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곧 난관에 부딪혔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 굵직한 주택사업을 맡고 있는 LH에 대수술을 감행할 경우 당장 '2·4 대책' 등 공공주도의 대규모 주택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러는 와중에 올해 LH의 공급 예정 물량은 2009년 설립 이래 가장 많은 18만 가구이고, 법정 자본금 한도도 40조 원에서 50조 원으로 증액됐다.
지난해 9월 민간 업자가 막대한 이익을 가져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LH 사태'에서 '대장동 사태'로 옮겨간 것도 영향을 끼쳤다. 정부로서는 2차 공청회 이후 여야와 협의해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계획한 시기였다. 일각에서는 민간의 과도한 개발이익을 막을 대안으로 LH의 공공성을 부각하기도 했다.
설상가상 땅 투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이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조직 개편에 대한 동력이 한풀 꺾이기도 했다. 이미 이뤄진 1차 인력 감축 조치(1,064명 대상)로 내부 불안과 현장의 업무 부담이 과도해졌는데 정작 조직 개편의 발단이 된 당사자들은 '면죄부'를 받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 몫으로 넘어간 조직개편...'환골탈태' 집착 말고 새 판 짜야
산적한 장애물에 결국 공은 차기 정부로 넘어갈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1,000명에 대한 2차 인력 감축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해 오는 7, 8월쯤 결과가 나올 예정이고 조직 개편도 꾸준히 입법을 추진하는 중"이라면서도 "개편안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와 대선을 앞둔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하면 진행 속도가 느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환골탈태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당부한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이강훈 변호사는 "누가 당선되든 차기 정부에서도 공공주도 주택 사업이 상당할 텐데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 역할에 초점을 맞춰 기능 분리를 설계해야 한다"며 "현재는 주택·토지와 주거복지 사업 간 교차보전에 대한 논의가 적은데, 이 구조부터 함께 검토해 LH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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