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무죄-대법원 계류' 두 성폭력 사건 공대위
"대법원 장기 계류로 피해자 인격권·행복권 침해"
"재판은 인권위 조사 대상 아냐" vs "시정 권고라도"
대법원의 성폭력 사건 선고가 늦어져 피해자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시민사회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가 대법원에 관련 사건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해달라는 취지다.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와 '준강간 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판결이 아무런 이유 설명 없이 지연되면서 피해자들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미래의 삶과 일상을 결정하고 계획하기 어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문제 삼는 사건은 두 가지다. '해군 상관에 의한 성 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은 2010년 해군 상관 2명이 갓 배치된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사건이다. 가해자들은 2018년 1심에서 각각 징역 8년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는데, 고등군사법원은 같은 해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이후 3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준강간 사건'은 가해자가 2017년 클럽에서 만난 피해자를 항거불능 상태에서 강간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이다. 1심과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2019년 5월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됐다.
단체들은 "두 사건 모두 2심에서 가해자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진 뒤 대법원에 장기 계류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성폭력 사건은 이런 경우 피해자의 고통이 훨씬 커진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법원 재판은 현행법상 인권위의 인권침해 조사 및 구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단체들은 진정 사항이 재판 내용과는 관련없는 만큼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인숙 변호사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인권위가 넓게 해석해서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 공대위는 인권위가 이번 진정 사건을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더라도 대법원에 정책 권고는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인권위가 대법원에 △장기 미제사건의 재판 진행 상황 공개 △재판 지연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권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대위는 지난해 말 대법원에 장기 계류 성폭행 사건의 재판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사건을 죄목별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존재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 관계자는 “제도나 관행 문제로 접근할 여지가 있다면 권고나 의견 표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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