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후 40명 끼임, 가스누출 등으로 숨져
재발방지책 공염불, 노동부 특별감독 하나마나
근로자의 잦은 사망 사고로 ‘죽음의 공장’, ‘노동자 무덤’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근로자가 금속을 녹이는 용기에 빠져 사망했다. 근로자 수 1만1,200명의 현대제철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2일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50분쯤 충남 당진 현대제철 냉연공장에서 최모(56)씨가 도금 포트에 빠져 숨졌다. 도금 포트는 철판 등 코팅에 쓰이는 도금재 금속을 액체로 만들기 위해 가열하는 대형 용기로, 내부 온도가 450도에 달한다.
충남소방본부는 “이날 새벽 5시 52분쯤 ‘도금 포트에서 불이 났다. 사람이 빠진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최씨의 주검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씨가 지침에 따라 근무했는지, 도금 포트 진입 때 안전장치를 설치했는지 등을 확인 중이다. 경찰은 최씨가 철판 표면의 슬러지 제거를 위해 포트 내부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진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당시 현장 CCTV에는 최씨만 보인다”며 “2인 1조 근무가 지켜졌는지, 안전 장비를 구비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현장에 근로감독관을 즉파, 현장 수습과 사고 원인 규명,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죽음의 공장’으로도 불린다. 당진제철소 단일 사업장에서만 이날 사고를 포함, 2007년부터 가스누출, 끼임사고 등으로 40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숨졌다. ‘산업 수도’ 울산 전체에서 지난 7년간 사고로 27명이 사망한 점을 고려하면, 중대 재해가 빈번한 사업장이다.
지난해 4월 제철소 내에서 통근버스가 8m 높이의 교량 아래로 추락해 운전자와 탑승자 2명이 숨졌다. 같은 해 5월 1열 연공장에서 설비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끼임 사고로 숨졌다. 노동부는 산업안전재해가 빈발하자 같은 해 5월 노동자 안전보건 관리실태에 대한 특별감독을 벌였다. 현대제철 측은 설비에 대한 출입절차를 강화하고 일상적인 점검체계도 1인 근무에서 2인 1조로 개선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이번 사고를 막지 못했다.
이보다 앞서 현대제철은 2013년 한 해에만 10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자 안전 분야에 1,200억 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제철소 내 안전사고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현대제철 측의 재발방지책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노조 일각에서는 2013년 회사가 밝힌 ‘1,200억’이 실제로 쓰였는지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산업재해 때마다 고용노동부가 특별감독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자 고용노동부가 정기·특별감독을 허술하게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금속노조 장석원 언론부장은 “고용노동부가 노동자보다 기업을 우선 걱정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현장에서 중대재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눈치를 보지 말고 노동자의 안전도 함께 챙기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관계 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 신속한 사고 수습과 원인 파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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