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출생통보 의무화’ 입법안 국무회의 통과
아동학대 방지 및 교육·의료서비스 사각지대 방지
출생 병원 의무 통보, 지자체장이 직권등록할 수도
출생신고가 안 된 미등록 아동 발생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의료기관의 출생 통보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국회 통과 등으로 법안이 시행될 경우 출생신고 의무는 부모가 아니라 아이가 태어난 의료기관에 우선 주어지게 된다.
법무부는 이 같은 '출생통보제도'를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의등록등에관한법률(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일 국무회의에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4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이가 출생한 의료기관장은 시·읍·면장에게 아이의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한다. 시·읍·면장은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하고, 신고되지 않은 아이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을 기록하게 된다.
출생통보제도는 아동학대 방지 차원에서 마련됐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는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 등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하는 건 물론, 취학연령에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은 출생한 아이의 부모를 신고 의무자로 설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2월 경북 구미시에서 세 살배기 여아가 이름 없는 '무명아(無名兒)'로 세상을 떠난 사건이나 2020년 11월 냉장고 안 갓난아이 시신과 함께 지내다 발견됐던 여수 남매 사건 등 출생 미등록 아동 관련 사건은 계속 이어져 왔다. 지난해 말에는 24세, 22세, 15세인 제주의 세 자매가 출생신고 없이 국가의 보호 울타리에서 벗어난 채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세 자매는 지난달 15일에야 주민등록번호를 부여 받고,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됐다.
그간 출생통보제도 도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정규 교육이나 건강검진 등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미등록 아동의 법적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출생통보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게 2017년이었지만, 의료계 등의 강한 반대로 도입 논의는 탄력을 받지 못했다. 의료계는 여전히 의료기관의 행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출산 사실을 숨기길 원하는 산모가 되레 병원 밖에서 아이를 낳아 유기하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2020년을 기준으로 출생 아동 99.6%가 의료기관에서 태어나고 있다"며 "출생통보제도를 통해 출생신고 누락으로 나타날 수 있는 아동 인권 침해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