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쓴
현직 교도관 김도영씨
첫 출근 날, 선배로부터 받아 든 업무 수첩에는 세 가지 당부 사항이 적혀 있었다. “살인자를 제압하는 방법”, “강간범과 대화할 때 필요한 것”, “조폭과 마약사범에게 지시할 때 참고 사항”.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곳, 교도소에서의 일은 그렇게 시작됐다.
최근 출간된 에세이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는 현직 교도관인 김도영씨가 썼다. 항공지도에 표시되지도, 내비게이션에 검색되지도 않는 곳, ‘절대 보안’을 위해 휴대폰조차 소지할 수 없는 교도소를 일터로 삼은 직장인의 애환을 담았다. 한국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김 교도관은 “지금도 대한민국 1만6,000여 명의 교도관은 자신의 일상을 차단한 채 근무지로 투입된다”며 “많은 분들이 조금이나마 교도관들의 노고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처음 교도소와 인연을 맺은 것은 군대였다. 경비교도대에 배치되면서 교도관의 일을 간접체험 했고 많은 수용자를 때로는 제압하기도 때로는 달래기도 하는 교도관들의 모습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제대 후 평범한 회사에 들어가 마케팅과 영업 일을 했지만 군대에서 만났던 교도관들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고, 결국 그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교도소에서 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깊은 좌절과 분노, 우울, 통탄스러운 상황과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특히 안부를 살펴주던 노인 수용자가 알고 보니 전과 6범의 아동 성폭행범이었다거나, 스스로 목을 맨 수용자를 살려냈더니 결국 그가 출소해 살인을 저지르는 등, “타인의 인권을 침해한 자들의 인권보호”에 끝없이 번민하게 됐다.
“죄를 미워하는 것과 사람을 미워하는 것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을까요? 저의 답은 ‘아니오’예요. 범죄자들이 반성은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걸 볼 땐 가치관의 뒤틀림을 느끼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만큼 반성하고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는 수용자들을 잘 상담하고 치료해 이들이 출소 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겠죠.”
교도소는 죄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곳이기도 하지만 수용자들로부터 반성을 이끌어내 사회로 되돌려 보내는 길목에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용자들의 치료와 교화를 위한 상담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지만, 현재 전국 교정시설 중 전문적인 심리 치료 시설이 설치된 곳은 25%도 되지 않는다. 김 교도관은 "예산 등의 문제로 인력이나 시설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이 많다"며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사회 최후 방위를 지키는 교도관과 교정시설에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9년 법무부 조사에 따르면 수용자에게 고소 고발을 당한 교도관은 1,373명에 달한다. 교도관 4명 중 1명은 수용자로부터 폭행과 협박에 시달려 정신 질환의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교도관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교도행정의 밀행주의에 묻히고 있다고 김 교도관은 지적했다. 김 교도관은 "교도관들의 권리와 자유는 시간이 멈춰진 듯 하다”며 “교도관 자신이 이미 지쳐있는데 수용자들의 마음을 경청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느냐”고 물었다.
“교도관은 범죄자를 가장 자세히 들여다보는 세상 유일한 직업이에요. 범죄심리에 대한 중요한 연구도 교도소 연구를 통해 이뤄졌어요. 이제는 교도관들도 자신의 전문성을 펼쳐야 할 때라고 봐요. 근무환경 개선이 뒷받침되면 교도관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사회 곳곳에서 펼치고 이를 통해 ‘교도관’이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도 개선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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