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군, 참전용사 후손에 장학금 지원
칠곡군은 9년째 교육·농업 시설 개선
'십시일반 정성 모아' 주민 자발적 참여

최문순 화천군수와 군 부대 관계자 등이 지난 2018년 8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위치한 한국전 참전용사회관 기념비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화천군 제공
"아버지가 청춘을 바쳐 지킨 나라에서 하는 공부입니다. 열심히 배워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는 사회 시스템을 에티오피아에 구축하는 게 꿈입니다."
최근 한국에 입국해 코로나19 자가격리를 마친 에티오피아 유학생 메르하위 훈데(25)씨의 각오엔 비장함이 묻어난다. 한국전 당시 한국보다 훨씬 부유했던 나라에서 건너온 그는 새 학기 한림대에서 언론정보학 석사과정을 시작한다.
1일 화천군에 따르면, 훈데씨의 아버지 자이 훈데(1925~2009)씨는 72년 전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청년 6,037명 중 한 명이다. 강뉴(Kagnew) 부대 소속으로 적근산 등 화천과 철원의 격전지에 투입된 그는 난생 처음 보는 눈보라 속에서도 적군을 격퇴한 전쟁 영웅. 그러나 전장에서 관통상을 입었던 아버지는 멩기스투 쿠데타 이후 핍박으로 오랜 기간 병마와 싸우다 늦둥이 아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10년 넘게 빈민가에서 생활하던 훈데씨는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고, 화천군과 인연이 닿아 배움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한국전을 인연으로 화천군과 경북 칠곡군이 에티오피아와 이어온 보은 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엔 화천군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 피세하(33)씨가 경성대 글로벌학부 초빙교수에 임용됐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가운데 처음으로 국내 대학 강단에 서게 된 것이다. 그 역시 화천군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아들인 메르하위 훈데(가운데)씨가 지난달 화천군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화천군 제공
화천군 관계자는 "2009년 이후 지금까지 훈데씨를 포함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308명에게 장학금과 유학생활비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화천군은 14년 전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용사들이 극빈층으로 전락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보은의 손길을 내밀었다. 화천에 주둔하는 제7, 15보병사단과 사회단체, 한림대와 명지대 등 대학들도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지금까지 참전용사 후손 134명이 당당히 사회에 진출했고, 174명이 에티오피아와 한국에서 꿈을 키우고 있다.
칠곡군도 9년째 에티오피아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칠곡군은 2014년 에티오피아에서 교육·농업 환경 개선 사업을 시작했다. 그 동안 에티오피아 디겔루나 티조 지역에 초등학교 3곳을 새로 짓고, 21개의 화장실을 현대식으로 개량했다. 식수관(16㎞)를 새로 놓는 등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 사업도 진행 중이다.
칠곡군의 에티오피아 지원 사업은 군 복무 중 받은 월급을 내놓은 예비역 병장과 폐지를 팔아 모은 돈을 기부한 어르신까지 주민들 정성이 십시일반 모아져 의미를 더한다. 매달 정성을 보태는 군민이 700명을 넘겼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두 지자체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까지 매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등 현지를 찾아 지원대상과 사업을 발굴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없는 틈새를 살펴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양국 결속을 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7년 에티오피아 현지를 방문한 칠곡군 관계자들이 주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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