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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젤렌스키, 도망간 이승만

입력
2022.02.28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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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 도심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한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외 탈출을 돕겠다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고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영상 캡처. 키예프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 도심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한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외 탈출을 돕겠다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고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영상 캡처. 키예프 AFP=연합뉴스

“저는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무기를 놓지 않았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수도 키예프 거리 배경의 스마트폰 셀카 동영상은 감동을 줬다. 25일 러시아가 공격할 때에도 그는 현장에서 “오늘은 힘든 밤이 되겠지만 수도를 잃은 순 없다”고 결사항전을 독려했다. 국민들도 맨몸으로 러시아 탱크를 막아 서고 화염병을 투척하고 있다. 그는 전쟁 전 미국이 해외 도피를 제안했을 때도 “내게 필요한 건 차량이 아니라 탄약”이라고 거절했다. 지지율이 91%로 치솟자 러시아는 당황하는 기색이다.

□ 그는 한국전쟁 발발 당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북한군이 남침한 1950년 6월 25일 당일부터 이 대통령은 존 무초 주한미군대사에게 피란의 뜻을 비쳤다. 무초 대사는 정부가 서울을 떠나면 사기 저하로 전투에서 패배하고 회복도 힘들 것이라고 만류했다. 다음 날 국회에서도 서울 사수를 결의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27일 새벽 서울역에서 특별열차에 올라 대구로 향했다.

□ 이 대통령도 대국민 라디오 방송을 하긴 했다. 27일 충남지사 관사에서 사전 녹음을 한 뒤 이날 밤 서울 중앙방송국으로 연결해 틀었다. 유엔에서 도와주기로 했으니 동요하지 말라는 게 골자였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서울에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28일 새벽 한강 인도교가 폭파되며 진실이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이리-목포-부산-대구를 거쳐 다시 대전으로 계속 줄행랑을 쳤다. 이런 와중에도 김구 선생 암살범인 안두희의 형 집행은 정지시켰다.

□ 한 대선 후보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정치 초보'로 표현했다. 다른 나라 지도자를 정치 경력의 많고 적음으로 평가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 그는 노련한 정치인이었던 우리 초대 대통령보다 훨씬 많은 박수를 받고 있다. 더구나 우크라이나는 피해국이다. 우리도 침략을 당한 바 있다. 물론 싸워 이기는 것보단 전쟁이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상책이다. 이를 위해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갖춰야만 한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엔 지도자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당당하게 맞서 싸울 각오가 돼 있어야 나라도 미래도 지킬 수 있다. 역사도, 우크라이나도 이를 증명한다.

이승만 대통령이 1953년 11월 12일 경무대에서 방한한 닉슨 미국 부통령의 예방을 받고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1953년 11월 12일 경무대에서 방한한 닉슨 미국 부통령의 예방을 받고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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