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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포항에 두기로 한 포스코...뿔난 주주들 어떻게 설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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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포항에 두기로 한 포스코...뿔난 주주들 어떻게 설득하나

입력
2022.03.01 14:00
수정
2022.03.01 14:11
13면
0 0
25일 경북 포항시청에서 강창호(왼쪽부터 순서대로) 범시민대책위원장, 정해종 포항시의회 의장, 이강덕 포항시장,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전중선 포스코 사장이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경북 포항시청에서 강창호(왼쪽부터 순서대로) 범시민대책위원장, 정해종 포항시의회 의장, 이강덕 포항시장,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전중선 포스코 사장이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코그룹이 2일 출범하는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 주소지를 서울에서 경북 포항시로 옮기겠다고 하면서 '지주회사 소재지'를 둘러싼 포스코와 포항시민 간 갈등이 당장은 봉합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사무소의 직원을 어느 정도까지 포항에 둬야 할지 결정이 쉽지 않고, 주주들의 동의 여부도 불투명해 포스코로서는 유예기간 1년 동안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정치권 압박에 백기 든 포스코

1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주회사 출범을 5일 앞둔 지난달 25일 포항시와 내년 3월까지 포스코홀딩스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하는 데 합의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 있는 미래기술연구원 본원도 포항으로 옮기기로 했다. 올해 1월 초 설립된 미래기술연구원은 포스코그룹의 신성장산업 연구개발(R&D) 컨트롤 타워다.

포스코는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걸 막기 위해 전격 합의했다"고 설명했지만 재계에서는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전날까지 지주회사 설립 당위성과 서울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강조하다 하루아침에 포항 이전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포스코 지주회사 구조. 그래픽=강준구 기자

포스코 지주회사 구조. 그래픽=강준구 기자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포스코의 입장 선회 배경에는 정치권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 한 정계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포스코에 지주사를 포항에 둬야 한다고 강하게 요청했다"며 "합의 이후 정치권이 왜 앞다퉈 자기네 공이라며 경쟁을 벌이겠나"라고 반문했다.

포스코와 포항시의 합의문이 발표되기 직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포스코 지주사의 포항 유치를 위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자주 소통했는데, 오늘 전화로 최 회장과 지주사를 포항에 두기로 합의했다"며 최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포항북구)이 전중선 포스코 사장을 만난 직후 비슷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이후 포스코에서 합의를 이뤘다는 설명자료가 나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 압박으로 민간회사 본사 소재지가 바뀌는 나쁜 선례가 만들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포항에 갈 걸 왜 힘들게 쪼갰나" 비판 줄 이어

하지만 포스코홀딩스 소재지를 서울로 정한 건 지난달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투표로 결정한 사안이라 뒤집는 게 절차상 간단한 일은 아니다. 지주회사는 전국에 흩어진 자회사들의 사업을 조율하고 신사업과 투자처 발굴이 주 임무다. 지주회사 산하 미래기술연구원을 서울에 두기로 한 것도 우수한 연구인력을 끌어모으기 위해서였다.

주주들도 이에 동의해 지주회사 출범을 위한 물적분할 안건에 찬성표를 몰아줬다. 일련의 과정을 감안하면 포스코홀딩스를 포항으로 옮기는 것은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 논리에 배치된다. 200여 명 규모인 지주회사 직원 중 몇 명을 포항으로 보내야 할지,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규모와 인재 확보 방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 현실적 문제도 있다.

당장 포항으로 주소지만 옮기는 '무늬만 이전'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지역사회는 지주회사 핵심 기능을 포항으로 이전하는 건 물론 지역 발전을 위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포스코 단지를 조성한 것처럼 포항에도 대규모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포스코는 "이사회 및 주주 설득과 의견수렴을 통해 포항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큰 틀에서 합의한 상태라 관건은 주주들의 동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포스코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9.75%)이고 2대 주주는 씨티은행(7.3%)이다. 나머지 80% 정도는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투자자, 개인들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공단이야 반대할 가능성이 적지만 외국인 투자자를 설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미 포스코 주주게시판에는 '결국 포항으로 갈 걸 왜 힘들게 물적분할했느냐' 등의 비판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지역사회는 물론 주주들까지 공감할 수 있는 세부안을 짜야 하는데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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