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론 자극 댓글 주의하라" 경고
러시아 비판 여론 속 유탄 맞을라
관영 매체 "서방도 우크라 조롱, 왜 우리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24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지지 시위를 벌이며 전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자국 네티즌들을 향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조롱성 댓글을 달지 말라"고 엄중 경고했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중국이 두둔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터에 "우크라이나 미녀들을 받아주자"는 저열한 수준의 댓글이 각국 언론에 소개되자, 부랴부랴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이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해외의 분노 여론을 자극할 인터넷 댓글에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전날 논평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부적절한 발언을 해온 네티즌들을 비판하며 "합리적인 방법으로 주장하고 토론하라"고 촉구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메신저인 웨이신(위챗)은 공식 계정을 통해 "이용자들이 글로벌 뉴스 이벤트를 무례한 정보들을 게시할 기회로 삼고 있다"며 "글로벌 이슈에 대해 논할 때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태도, 깨끗하고 올바른 분위기를 유지해 달라"고 촉구했다. 중국 인터넷감독 당국인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해당 공지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게시물에 대대적인 검열에 착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푸틴을 응원한다", "오늘은 최고의 날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대만을 공격하자"는 등 러시아 침공을 지지하는 글과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미녀들만 골라서 받아주자"는 일부 게시물이 해외 언론에 소개돼 우크라이나는 물론 세계의 공분을 샀다.
러시아의 최대 우방인 중국은 러시아의 이번 침공을 공개 지지하진 않고 있는 반면 서방 측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대해선 반대하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중국이 사실상 두둔하고 있다"는 국제사회 비판이 큰 상황에서 반중 정서까지 상승할 경우 러시아와 동반 고립될 수 있다는 게 중국의 고민이다.
실제 일부 관영 매체는 "이번 논란이 반중 정서를 부추기려는 서방 언론의 정책에서 비롯됐다"며 되레 서방 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8일 논평을 통해 "서방 언론이 중국 소수 네티즌이 쓴 글을 과장한다"면서 "대다수 중국 인민들은 우크라이나를 동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서방 SNS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례한 시선이 가득한데, 어째서 반중 감정만 커지는 것이냐"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은 중국의 입장을 왜곡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