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러, 서방제재 저항 강력한 동맹 가져"
FT "中, 러에 구명줄 던져줄 준비 완료"
달러 없이 中 막강 재정, 러 에너지 맞교환
중장기적 中에 이득?... 달러화 위상 약화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권의 제재 국면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제재 공세에 관한 한 공감대를 쌓아온 양국이 한편에서 상당 수준의 제재 회피구역을 구축해왔다는 분석에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중국 안팎의 전문가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러시아와 중국은 경제협력 관계를 공고히 해왔다"며 "이미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저항할 강력한 동맹을 가졌다"고 재평가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24일 양국 간 교역 규모가 최근 수년 사이 급증한 점에 주목하며 "중국은 이미 러시아에 구명줄을 던져줄 준비가 돼 있다"고 평가했다.
중-러, 우리는 脫달러 동맹
실제 중·러 양국은 수년간 교역액을 크게 증가시키며 달러 영향권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중이다. 지난해 교역량은 1,450억 달러. 2015년(648억 달러)의 2배를 웃도는 규모인 동시에 사상 최대치다.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학의 국제연구소인 에이드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는 2000~2017년 중국 국영은행에서 1,510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대부분은 향후 중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담보로 이뤄졌다. 양국은 또 러시아 극동에서 연간 100억㎥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보낼 수 있는 새 파이프라인을 연결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시베리아 서북부에서 몽골을 거쳐 연간 500억㎥의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달러 사용' 없이 중국의 막강한 재정과 러시아 최대 수출 품목인 에너지 간 맞교환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셈이다.
물론 러시아도 당분간 상당한 고통을 피하긴 어렵다. 미국과 서방은 26일 러시아 일부 은행을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시키는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러시아의 국제 금융거래 시장 접근 자체를 막는 초강력 제재로, 러시아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스위프트 제재... 中 위안화 반사이익 가능성"
반면 FT는 "중국의 대형 국영은행들이 서방권 제재의 영향을 덜 받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금융 시장이 러시아의 '숨구멍'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재쿱 자코보스키 폴란드 동부연구센터의 중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 간 교역은 달러 시스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며 "중국은 향후 러시아에 자금을 빌려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방권의 스위프트 제재가 중장기적으로는 되레 중국에 이득을 준다는 관측도 있다. NYT는 "스위프트 제재는 러시아에서 에너지 자원을 수입해온 유럽 국가들을 곤란하게 할 것"이라며 "이 틈에 러시아가 중국과 스위프트의 대체 시스템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내 위안화 영향력이 커지고 달러화의 위상이 약해지는,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가 스위프트 제재에 회의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란 때도 북한 때도 암암리에 지원해온 중국
중국은 미국이 특정국에 경제 제재를 가할 때마다 암시장을 통해 제재 효과를 희석시켜온 '훼방꾼'으로 평가된다. 2018년부터 이어진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아랑곳없이 민간 정유시장을 통해 이란산 원유를 사들였고, 2019년 베네수엘라 제재 국면에서도 암암리에 베네수엘라 원유를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중국은 생필품과 사치품 수출 통로를 북한에 열어줬다. '대미 전선'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미국 컨설팅업체인 테네오의 가브리엘 윌다우 선임연구원은 NYT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조력자로 찍히는 것은 중국도 조심할 것"이라며 "소규모 국영은행 거래 등 비공개적인 채널로 러시아를 지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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