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증가로 LPG 차량 200만대 아래로
LPG 판매량도 10년 새 절반으로 '뚝'
생존 위한 변신 시도... 한계 지적도
#. 서울 강동구 복지상일충전소는 재작년 액화석유가스(LPG)에 수소충전까지 가능한 융복합충전소로 탈바꿈했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에 따른 움직임으로, 기존 LPG 충전소 부지와 인프라를 활용해 미래 먹거리 창출에 뛰어든 셈이다.
#. 경기 시흥시내 한 LPG 충전소는 지난해 말 ‘셀프충전소’로 전환했다. 현행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에 따르면 운전자의 직접 LPG 충전 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셀프충전소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생존을 위한 LPG 충전소의 과감한 변신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친환경차 도입 확대 정책과 시장 변화로 LPG 차량이 크게 줄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이다. 향후 친환경 흐름에 따라 갈수록 LPG 차량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LPG 충전소들의 이런 변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일 한국LPG산업협회에 따르면, 2010년 245만여 대가 등록된 LPG 차량 수가 지속적으로 줄면서 LPG 충전소들은 고사 위기에 몰렸다. 현재 LPG 차량은 200만 대를 하회한다. 전국 LPG 충전소 평균 판매량도 2010년 2,430톤에서 재작년엔 1,370톤으로 줄었다. 10년 사이 판매량이 반토막 난 셈이다.
이에 휴업이나 폐업을 선택한 충전소가 늘고 있다. 2010년 10곳이던 휴·폐업 충전소 수는 2018년 31곳으로 늘었다. 매년 20여 곳은 꾸준히 휴폐업을 선택하고 있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LPG 충전소의 어려운 영업환경은 수익의 40%를 차지하던 택시 회사들이 정부 정책에 따라 전기차 비중을 크게 늘린 데다, 완성차 생산업체들이 LPG 차량 생산라인을 없애거나 제조를 크게 줄이면서 돌아온 여파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사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업계의 자체적인 위기 탈출 노력들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셀프충전소로 전환(3곳)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24시간 영업 체제를 갖춘 충전소들이 생겼다. 또 미래 산업으로의 연착륙이 용이한 수소·LPG 융복합충전소로의 전환(20곳)도 하고 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LPG 충전소의 입지 장점을 활용한 모범사례로 여겨진다. 다만 충전소들의 이런 노력이 근본적 문제 해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영범 한국LPG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셀프충전소는 아직 국내 규정상 사업자가 임의로 설치할 수 없어 규제 샌드박스 사례 외엔 참여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수소충전소 전환이 가장 이상적인 돌파구로 여겨지지만, 아직 국내 수소차 보급이 더딘 터라 낮은 수익성 우려로 사업자들이 뛰어들기 쉽지 않아 제도적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LPG 충전소가 결국 퇴출되고 수소 충전소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정부나 사업자들로서도 수소 충전소 부지를 구하기 쉽지 않은 구조인 만큼 LPG 충전소를 점진적으로 수소 충전소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 경우 비용 절감, 수소 충전소 접근성 확보, 사업자 보호 등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