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역 머니무브'
은행권 가계대출 사상 첫 '3개월째 감소' 가능성
반면 은행권 예·적금은 올해 들어 12조 증가
시중 자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예·적금 등 안전자산으로 옮겨가는 ‘역(逆) 머니무브’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2% 인상을 시사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시중 자금이 저위험·저수익의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6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대비 1조6,000억 원 줄어든 규모다. 이달 남은 영업일이 이틀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 대출 잔액은 지난달(-1조4,000억 원)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들면서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도 사상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000억 원 줄어든 1,060조2,000억 원으로, 전월(-2,000억 원)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어들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2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증시 대기 자금인 예탁금도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예탁금 잔액은 65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1월 3일) 기록했던 71조7,000억 원 대비 6조5,000억 원(9%)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를 나타내는 신용거래융자 규모도 23조3,000억 원에서 20조8,000억 원으로 2조5,000억 원(10%) 감소했다.
주식시장을 빠져나온 투자금은 은행 예·적금으로 이동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702조4,000억 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1조1,000억 원이 불어났다. 예·적금 잔액은 올해 들어서만 12조4,000억 원 늘어나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고금리 예·적금 상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안전자산인 예·적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긴축·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당분간 ‘역 머니무브’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이 느끼기에 주식은 더 안 오를 것 같고, 예·적금 금리는 높아지니 '역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국면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연말까지는 당분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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