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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은 왜 소설가를 입사시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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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은 왜 소설가를 입사시켰을까?

입력
2022.02.28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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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주문하신 소설가 왔습니다'
박서련 소설가의 입사 체험 에세이 연재
다양한 콘텐츠 통해 기업 이미지 제고

배달의민족이 '배민다움' 사이트에 박서련 소설가의 입사 체험 에세이를 공개했다. 배민다움 캡처

배달의민족이 '배민다움' 사이트에 박서련 소설가의 입사 체험 에세이를 공개했다. 배민다움 캡처

“한국을 대표하는 4차 산업 기업의 면면을 탐방하고 글을 써보도록 요청하는 것은, 우아한형제들만의 부름이 아니라 시대의 부름이기도 한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에서 운영 중인 ‘배민다움’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박서련 소설가의 글 ‘주문하신 소설가 왔습니다’의 한 대목이다. ‘주문하신 소설가 왔습니다’는 박서련 소설가가 배민다움 사이트에 총 5회에 걸쳐 쓴 ‘입사 체험 에세이’ 중 하나다. 피플실, 서비스 장애 대응팀, 배민그린 등 배달의민족 주요 서비스와 업무에 대해 박 소설가가 직접 견학하고 체험한 뒤 작성한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왜 소설가에게 기업 문화를 소개하는 글을 쓰게 시켰을까? 답은 글이 연재된 ‘배민다움’ 사이트에 있다. ‘배민다움’은 2016년 브랜딩 전문가인 홍성태 교수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인터뷰해 쓴 동명의 책에서 출발한 사이트다. 배달의민족 브랜딩 이야기를 담은 책을 사이트 단위로 확장시킨 이곳에서, 소설가의 글을 통해 배민의 기업 철학과 조직 문화를 알리겠다는 취지다.

배민은 자사 뉴스레터인 ‘주간 배짱이’에서 작가들의 음식 에세이를 연재했다. 이 에세이는 최근 ‘요즘 사는 맛’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 출간됐다.

배민은 자사 뉴스레터인 ‘주간 배짱이’에서 작가들의 음식 에세이를 연재했다. 이 에세이는 최근 ‘요즘 사는 맛’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 출간됐다.

소개페이지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맥주 공장 이야기를 쓰고, 알랭 드 보통이 히드로 공항 이야기를 쓴 것처럼 소설가가 우리 회사 이야기를 쓴다면?”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쓰여 있다.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 사보에 작가들이 글을 보태온 것과 같은 개념이다.

배달의민족이 자사 브랜딩을 위해 외부 작가를 기용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배달의민족은 박서련 소설가의 기업 체험 에세이에 앞서 자사 뉴스레터인 ‘주간 배짱이’를 통해 작가들의 음식 에세이를 연재한 바 있다. 김겨울, 김혼비, 박정민, 요조, 임진아, 핫펠트 등 지명도 높은 저자들이 커피, 치즈,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일상에 대해 쓴 것으로 최근 ‘요즘 사는 맛’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 출간되기도 했다.

소설가나 소설 등 콘텐츠 업계와 손잡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것은 최근 이커머스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전략 중 하나다. 게임 전문 기업인 엔씨소프트 역시 지난해 7월 한 달 동안 자사 블로그에 장강명, 배명훈, 김금희, 박상영, 김중혁, 김초엽, 편혜영까지 작가 7명의 단편 소설을 공개했다. 이 소설 역시 블로그 연재 이후 ‘놀이터는 24시’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초 식품 전문 온라인몰인 ‘현대식품관 투홈’에 식품을 주제로 한 소설과 수필을 한 편씩 연재했다. 투홈 캡처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초 식품 전문 온라인몰인 ‘현대식품관 투홈’에 식품을 주제로 한 소설과 수필을 한 편씩 연재했다. 투홈 캡처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초부터 식품 전문 온라인몰인 ‘현대식품관 투홈’에 식품을 주제로 한 소설과 수필을 한 편씩 연재했다. 정세랑, 김연수, 장우철, 오은 등 유명 작가들이 투홈에서만 판매 중인 식품을 주제로 3, 4분 이내 읽을 수 있는 짧은 글을 창작한 것이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문학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온라인몰 방문 소비자들의 성향 변화와 관련이 있다. 기존 소비자들이 단순 상품 구매를 위한 ‘목적형 소비자’였다면 최근에는 콘텐츠를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상품을 사는 ‘발견형 소비자’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단순 유통기업이 아닌 ‘문화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챙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문학 콘텐츠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가 활용된다. 쿠팡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쿠팡 플레이를 론칭하고 다양한 독점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역시 자사 유튜브 채널인 ‘배티비’와 ‘배민라이브’, 웹툰 플랫폼 ‘만화경’ 등을 통해 영화와 음악, 만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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