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서 무죄 못 받아도 보상해줘야"
재심 과정에서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해 형량이 줄어든 경우, 재심 전 초과 수감한 것에 따른 피해를 따로 보상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4일 서울고법이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형사보상법) 26조 1항에 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등 사건에서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심판 대상이 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나, 즉각 무효화했을 때 초래될 혼선을 막기 위해 법 개정할 때까지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재는 이 조항이 2023년 12월 31일까지만 유효하다고 못 박았다.
A씨와 B씨는 옛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상습절도 혐의로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형기를 채운 이들은 헌재가 특가법상 상습절도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재심을 청구했다. 그 과정에서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해 이들에게 일반 형법상 절도 혐의를 적용했고, 결국 A씨 등은 징역 1년6개월과 1년으로 감형됐다.
이들은 재심 판결을 근거로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형기보다 더 많은 기간 복역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형사보상법 26조 1항에는 이들처럼 재심에서 공소장 변경으로 감형될 경우,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해당 조항은 면소나 공소기각 등으로 공소가 취소된 피고인에 대해서만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 위헌성이 있다고 봤다. A, B씨 경우처럼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지 못했더라도 과거 형사사법 절차로 신체의 자유가 제한됐다면 형사보상을 허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재심에서 선고된 형을 초과하는 구금이 이미 이뤄진 상태라면 이는 위헌적인 법률 집행으로 인한 과다 구금"이라며 "신체의 자유에 중대한 피해 결과가 발생한 것인데 형사 보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위헌 결정의 소급효와 재심 청구권을 규정한 헌법재판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검찰의 공소장 변경은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 이 사건처럼 구금을 정당화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반면 이선애·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A씨 등은 범죄의 증명이 있어 형이 선고됐고 판결 어디에도 무죄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원심과 재심에서 공소사실이 완전히 동일하다는 점에서 무고한 사람을 구금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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