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요계를 뜨겁게 휩쓸었던 트롯 붐의 빈자리가 휑하다. 물밀듯이 쏟아지던 예능도, 메인 음원 차트를 점령했던 음원들도 어째 예전만하지 못한 모양새다. 2022년, 트롯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지난 2019년 TV조선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인기의 불씨를 틔운 트롯은 2020년 '미스터트롯'의 신드롬급 화제 속 트렌드로 거듭났다. 오랜 시간 겪어온 비주류 장르의 설움을 끝내고 어엿한 '주류'로 자리매김 한 트롯의 화력은 거셌다.
송가인 임영웅을 비롯해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TOP7이 발표한 음원은 줄줄이 음원 차트 상위권을 꿰찼고, 트롯 붐을 틈타 기성 가수들까지 트롯에 도전하며 차트 진입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예능도 마찬가지였다. 트롯 예능의 기록적인 성공 이후 비슷한 콘셉트의 아류작들이 범람한 것이다. 트롯에 대한 대중의 관심 속 꽤 오랜 시간 트롯은 일정 수준의 인기를 보장받을 수 있는 콘텐츠로 각광받아왔다.
시들해진 트롯 붐, 국한된 인기?
하지만 올해 들어 트롯 붐은 눈에 띄게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음원 차트는 물론 예능 시장에서도 '대세'로 여겨지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온도다.
실제로 24일 기준 멜론 '톱100' 차트에 이름을 올린 트롯 곡은 임영웅의 곡들이 유일하다. 물론 앞서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른 곡들을 탄생시켰던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학당' 등이 지난해 잇따라 종영한데 따른 영향도 있겠지만 확실히 과거만큼 트롯 장르 자체가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모양새는 아니다.
예능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TV조선 '미스트롯2' 후속으로 방송 중인 '화요일은 밤이 좋아' 외에 현재 트롯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은 전무한 상태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트롯 오디션의 명맥을 이어왔던 MBN '헬로트로트'도 지난 22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김수희 설운도 인순이 전영록 등을 심사위원으로 섭외하며 '한 방'을 노렸지만 4%로 시작한 시청률은 최종회 2%대에 그쳤다. 이는 꽤 오랜 시간 범람했던 트롯 예능에 염증을 느낀 시청자들의 냉정한 반응이기도 하지만 트롯 장르에 대해 하락한 대중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트롯 장르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낮아졌다고 해서 앞서 신드롬급 인기를 견인했던 트롯 스타들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아니다. '미스트롯'의 히로인 송가인은 여전히 트로트 여제로 탄탄한 팬덤을 이끌며 활동 중이며, '미스터트롯' 톱6 활동을 마무리한 임영웅 이찬원 영탁 정동원 김희재 장민호는 각자 앨범, 콘서트, 팬미팅, 고정 예능 등의 활동을 이어가며 성공적인 홀로서기를 마쳤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입지를 이어오고 있는 주인공은 임영웅이다. 여전히 메인 음원 차트에 다수의 음원을 차트인 시킬 정도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 그는 방송계, 광고계 등 활동 영역을 불문하고 상당한 파급력을 자랑한다. 팬덤의 충성도 역시 변함 없다. 트롯 장르의 인기 여부와 무관하게 임영웅의 입지는 굳건한 셈이다.
결국 유례없던 트롯 붐 속 탄생한 스타들만 남고, 트롯 장르에 집중됐던 대중적 관심은 한풀 꺾인 모양새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아쉬운 변화로 볼 순 없다. 빠르게 변화하는 대중의 니즈에 따라 문화 트렌드가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가요·문화계에서 입지를 굳힌 트롯 스타들이 전방위적 활약을 하고 있는 만큼 트롯 장르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다시 돌아올 기회는 언제나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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