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범의 필모그래피는 꽤 다채로운 편이다. 시트콤으로 본격적인 인기를 얻었고 '꽃보다 남자'로 주연 덤에 올랐다. 판타지부터 법정, 의학까지 자신과 잘 맞는 캐릭터라면 주저 없이 도전장을 내민다. 그 길이 비록 험난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대중은 열광한다.
최근 김범은 본지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종영한 tvN '고스트 닥터'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작 '로스쿨'에서 정의 구현을 위한 로스쿨 학생으로 분했다면 이번에는 황금수저 레지던트를 맡아 시청자들을 만났다.
'고스트닥터'는 배경도 실력도 성깔도 극과 극인 두 의사가 빙의를 시작으로 영혼과 몸이 하나로 합쳐지며 벌어지는 스토리를 그린 고스트 메디컬 드라마로, 죽어서도 병원과 환자 곁을 떠나지 못하는 고스트 의사들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그려낸다.
김범은 '고스트 닥터'를 통해 장르를 불문하는 소화력으로 필모그래피의 스펙트럼을 확정시켰다. '고스트 닥터'가 판타지 의학물이기에 김범은 각종 의학 용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것은 물론, 빙의 상태를 오가는 인물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 개연성을 더했다.
김범을 떠올린다면 캐릭터 소화력을 빼놓을 수 없다. 인물의 서사를 세밀하게 다루면서 몰입도도 높였다. 고승탁이라는 안하무인한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으면서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전달했다는 평을 받았다. 김범은 고승탁을 맡으면서 스스로에게도 변화가 일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조용하고 내향적이었던 김범은 밝고 명쾌한 성격의 고승탁을 입으면서 본인을 돌아봤다. 스스로의 밝은 부분을 돌아보면서 점점 스며들게 된 것이다.
만화 같은 캐릭터, 연기하면서 밝아진 이유는?
김범을 매료시킨 인물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는 "굉장히 만화 같은 캐릭터다. 가볍고 맑고 반짝반짝하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 일찍 철이 들었다는 점에서 저와 닮았다. 일을 일찍 시작하면서 책임감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됐다"라 토로했다. 그러면서 김범은 "고승탁이라는 친구를 연기하면서 제 안의 밝은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어느 순간 항상 웃고 장난이 많아졌다. 또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굉장히 좋았다"고 설명했다.
판타지 드라마라는 장르가 어렵진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범은 "의사로서의 사명감, 사람의 진실함을 진실하는 것에 집중했다"면서도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머리가 아플 대사가 많았다. 전작 '로스쿨'이 한문 위주의 용어가 많았다면 '고스트 닥터'도 너무 어려웠다. 용어를 이해하고 외우려 했다"고 밝혔다.
데뷔 후 '정이' '구미호뎐' '로스쿨' 등 다양한 색채의 작품들을 만났지만 의학드라마는 '고스트 닥터'가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대역을 쓰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연기관이 극중 리얼리티를 높이는 것에 일조했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대학 병원을 방문해 교수들을 인터뷰하고 실습에도 참여했다. 다만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병문 방문이 여의치 않아 여전히 아쉬움이 크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고스트 닥터'는 사실상 김범의 1인 2역이다. 고승탁 본체와 차영민(정지훈)에 빙의된 고승탁을 동시에 연기해야 했다. 한 씬에 두 배우가 연기를 한다는 건 어떤 경험이었냐는 질문에 김범은 "처음엔 정말 민망했다. 제가 진지함을 놓치면 삼류 코미디가 된다. 차영민이 되는 과정을 그리면서 제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연기했다"고 전했다.
정지훈, 짧은 시간에 큰 집중력 내는 멋진 배우
시청자들이 고승탁을 보면서도 차영민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김범은 정지훈을 수개월에 걸쳐 관찰하고 또 분석했다.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걸음걸이와 자세, 말투, 제스쳐를 보면서 홀로 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을 가졌다. 난관에 부딪힐 땐 정지훈에게 직접 조언을 구하면서 소통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김범은 정지훈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정지훈 형과는 거의 매일, 7-8개월간 만났다. 아침부터 마지막까지 함께 했다. 가족보다 더 많이 만났다. 호흡이 굉장히 좋아서 웃음으로 기억된다. 둘이서 연기할 때 굉장히 재밌었다. 함께 현장 대사를 정말 많이 만들어냈다. 형은 현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시면서도 짧은 시간에 큰 집중력을 낸다. 정말 멋진 배우라는 걸 느꼈다"고 존경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정지훈 뿐만 아니라 대선배 성동일에게도 큰 자극을 받았다. 김범의 말을 빌리자면 성동일이 현장에 나오는 순간 공기가 무거워지면서 모두가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단다. 이는 긴 연기 내공과 성동일이 준비해오는 준비에서 비롯된 몰입도다.
그간 수많은 작품을 거쳤다. 흥행과 성과에 휘둘릴 법도 한데 김범은 시청률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편이다. 김범은 '고스트 닥터'를 웃음으로 기억했고 또 즐거움으로 남겼다. 그런 만큼 다음 행보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도 크다.
유독 멜로와 거리가 멀었던 김범은 "정통 멜로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피하거나 욕심이 없진 않다. 작품 안에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색깔을 내려 했다. 극중 승탁과 수정은 서로의 비밀을 가지고 있고 아픔을 이해하려 했다. 멜로에 대한 아쉬움은 아니지만 조금 더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고 언급했다. 김범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던 '지붕뚫고 하이킥'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김범은 '지붕뚫고 하이킥' 이후 '고스트 닥터'로 16년 만에 다시 코믹 연기로 돌아오게 된 것을 두고 즐거웠다고 표현했다.
현재 배우로서의 고민은 지속되고 있다. 지금의 김범은 배우로서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는 방법을 여전히 찾고 있다. 끊임없이 노력 중이라면서 성장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