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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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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

입력
2022.02.25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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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호컨 '한 세대 안에 기후 위기 끝내기'
곽재식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기후 위기 대응 로드맵 제시

우주 공간에서 보이는 유일한 생물 구조인 호주의 거대 산호초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1,500종의 어류와 4,000종의 홍합, 500가지 종류의 해조류가 사는 이곳은 산성화와 온난화로 죽어 가고 있다. 글항아리 사이언스 제공

우주 공간에서 보이는 유일한 생물 구조인 호주의 거대 산호초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1,500종의 어류와 4,000종의 홍합, 500가지 종류의 해조류가 사는 이곳은 산성화와 온난화로 죽어 가고 있다. 글항아리 사이언스 제공

이달 초 대선후보 첫 TV토론 후 'RE100(Renewable Energy 100%∙기업 전력 100% 재생에너지 사용 캠페인)'이 정치 공방의 소재가 되자 온라인에는 이런 고백이 이어졌다. '이거 나만 몰랐어?'

기후 위기 대응 등 중요 의제가 대선 공약에서 실종된 탓이겠지만 환경 운동가들이 줄기차게 내온 경고 목소리가 오롯이 대중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이 잇달아 기후 재난 가능성을 증명해내면서 기후 위기 회의론자의 입지는 좁아졌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뜻과는 다르게 오히려 무기력과 우울에 압도된 이들이 많다.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경고보다는 기후 위기의 현실적 통찰이 절실한 시점이다.

때마침 출간된 환경운동가 폴 호컨의 '한 세대 안에 기후 위기 끝내기'는 땅·바다·하늘·식량·산업·에너지 등 분야별로 축적된 기후 변화 관련 지식을 통합적으로 조망한 책이다. 2019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저자의 전작 '플랜 드로다운'처럼 기후 위기 대응 지침서의 성격도 지녔다.

환경공학자이자 SF소설가인 곽재식 작가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역시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실천 방안을 담은 책이다. 기후 변화를 막연한 경고나 도덕과 윤리의 문제로만 취급하는 대신 기후 변화의 원인과 역사, 위기 대응 기술의 미래, 개인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까지 기후 변화 시대에 알아야 할 상식과 정보를 알기 쉽게 썼다. 기후 변화에 관한 새로운 학설이나 주장이 담긴 것은 아니지만 어렵고 복잡해 널리 설명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재미있고 쉬운 틀 안에서 서술돼 있다.

기후 위기 해결 위한 통합적 로드맵

미국의 환경운동가 폴 호컨. 글항아리 사이언스 제공

미국의 환경운동가 폴 호컨. 글항아리 사이언스 제공

폴 호컨이 기후 위기 대응 매뉴얼 격인 '플랜 드로다운'의 원저를 미국에서 출간한 게 2017년이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기후 변화 해결 노력이 절실하다는 데 중지는 모아졌지만 뚜렷한 상황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절박한 위기감이 표출되고 있지만 기후 변화 해결을 향한 대중적 관심은 여전히 미미하다.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까지 줄이자는 제안으로 '한 세대 안에 기후위기 끝내기'로 명명한 이번 책에서, 저자는 '되살리기(Regeneration)'를 방법론으로 내세웠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균형과 건강 회복을 위한 실천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가령 기업형 농업과 현대 식품 산업은 땅과 환경, 건강을 퇴화시켜 왔다. 저자는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식사를 계속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60%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을 7% 줄일 수 있다. 먹는 식품을 다양화하는 것도 사회 정의 문제와 연결된다. 인류가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먹는다면 야생생물의 서식지가 보호될 수 있다. 대두와 밀, 쌀, 옥수수 재배 확대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1970년 이후 야생생물의 개체 수는 60% 감소했다. 저자는 유용한 식품의 하나로 히말라야 산맥의 구릉이 원산지인 모링가나무를 예로 든다. 흔히 식용하지 않았던 작물이지만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다년생 식물이고 영양소도 풍부하다는 설명이다.

방글라데시 다카의 수출가공 공단에 있는 의류 공장의 폐기물 처리장. 글항아리 사이언스 제공

방글라데시 다카의 수출가공 공단에 있는 의류 공장의 폐기물 처리장. 글항아리 사이언스 제공

책은 해양, 숲, 야생화, 땅, 사람, 도시, 식량, 에너지, 산업, '행동+연결 등 10개 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마다 인류 스스로 자초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제시돼 있고, 각 문제들은 서로 연결돼 있다. 저자는 "지구를 구하는 것이 당신의 임무는 아니다"라면서도 "되살리기는 삶의 기본 설정"이라고 주장한다. "우리에겐 공동의 이익이 있고, 그 이익은 우리가 함께하며 힘을 합쳐야 충족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세대 안에 기후위기 끝내기·폴 호컨 지음·박우정 옮김·글항아리 사이언스 발행·612쪽·3만4,000원

한 세대 안에 기후위기 끝내기·폴 호컨 지음·박우정 옮김·글항아리 사이언스 발행·612쪽·3만4,000원


"기후 변화 이해, 나와 이웃 위한 것"

곽재식 작가. 어크로스 제공

곽재식 작가. 어크로스 제공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는 '곽재식의 기후 시민 수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SF적 상상력과 방대한 과학 지식이 결합된 논픽션들로 주목받아 온 저자는 다양한 이야기를 넘나들며 기후 변화 문제의 폭넓은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기술 위주의 소개 자료나 도덕적 교훈을 위해 만든 홍보 자료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문제 등 현실적 조언을 건넨다. 예컨대 플라스틱을 종이나 천으로 대체하는 것은 오히려 이롭지 않을 수도 있다. 재료의 생산과 운반, 제작 과정에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후 변화가 대홍수로 세상을 쓸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약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형태로 먼저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대멸종보다 훨씬 작은 충격으로도 많은 이웃을 잃을 수 있고, 그것을 막아 내고자 애쓰는 것이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다.

두 권의 책은 기후 변화 문제를 이해하고 행동하는 '기후 시민'에게 필요한 '기후 교양'을 지향한다. 비관적 통계를 앞세워 을러대는 대신 인간의 의지와 자율적 해결에 초점을 맞춘 것도 공통점이다. 저자들은 "망가지는 것은 땅이 아니라 우리와 땅의 관계"('한 세대 안에 기후위기 끝내기')이며, "지구가 죽어 간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정말 위태로운 것은 그 표면을 살아가는 사람과 생명"('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이라고 적었다. 기후 변화가 우려스럽지만 구체적 행동 지침에 대해서는 '뭘 해야 할지' 막막한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이다.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곽재식 지음·어크로스 발행·448쪽·1만8,800원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곽재식 지음·어크로스 발행·448쪽·1만8,800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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