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않고 뒤로 숨지 않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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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않고 뒤로 숨지 않는 대통령

입력
2022.02.24 18:30
수정
2022.02.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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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불통과 침묵으로 국민 실망 안겨
새 대통령은 반대편과 자주 식사·경청하고
정부 내 이견 땐 직접 나서 교통정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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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국민의당 안철수·정의당 심상정·국민의힘 윤석열 등 여야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혼밥하지 않고 뒤에 숨지 않겠다'는 윤석열 후보의 약속(2월23일 본인 페이스북)에 100% 공감한다. 이재명 후보가 이 얘기를 했어도 마찬가지다. 누가 승리하든, 나는 차기 대통령의 실천 덕목 중에 이보다 더 절실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정권의 성패는 두 가지 측면에서 평가된다. 정책과 리더십. 다 중요하지만, 그래도 국민 가슴속 깊이 각인돼 훗날 평가의 근거가 되는 건 리더십이다. 김대중 대통령을 보자. 그의 정책, DJ노믹스는 과감한 재정지출과 구조개혁으로 외환위기를 조기극복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만, 이 과정에서 고용안정이 깨지고 부동산·카드·벤처버블을 일으켰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럼에도 DJ가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건, 자신을 죽이려 했던 독재자들까지 정치적으로 용서했던 관용,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국격과 실리를 지켰던 국제감각 같은 리더십 때문이었다. 김영삼 대통령도 그렇다. 국가부도 사태를 초래했으니 정책적으론 파산한 정권이지만 5·18 단죄, 하나회 척결, 금융·부동산실명제 같은 결단의 리더십으로 인해 YS는 지금까지 용기 있는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훗날 평가가 어떨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세평은 정책과 리더십 모두 과(過)가 공(功)을 능가한다. 정책에선 다른 모든 성과를 지워버릴 만큼 부동산이 압도적이다. 통상의 정책적 미스는 추후 교정과 보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는 돈을 넘어 서민과 청년에게서 희망을 빼앗고 인생목표를 상실케 만들었다. 결혼과 출산을 두렵게 했고, 월급과 저축 대신 주식과 코인을 더 가치있게 만들었다.

리더십은 정책보다 더 비참했다. 박근혜 정부의 퇴출은 정책 아닌 리더십 때문이었다. 소통 대신 비선에 의지한 국정, 구시대에 머문 역사인식의 결과였다. 이런 박근혜 정부의 몰락으로 탄생한 정권이었기에, 문 대통령은 분명 다를 거라 생각했다. 늘 촛불을 얘기했기 때문에 국민 마음을 잘 읽을 줄 알았고, 탈권위적이고 서민적이어서 누구와도 격의없이 만나 얘기 들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반대였다. 야당과 만나지 않았고, 언론 앞에 서지 않았으며, 싫은 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당선 일성이 무색한 5년이었다.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건 침묵이었다. 본인이 임명한 법무장관(추미애)과 검찰총장(윤석열)이 초유의 막장극을 펼치는데도 문 대통령은 아무 얘기를 하지 않았다. 두 경제사령탑, 경제부총리(김동연)와 정책실장(장하성)이 사실상 공개설전을 벌여도 대통령은 제지하지 않았다. 재난지원금 추경을 놓고 당정이 매번 싸우는데도 대통령은 교통정리하지 않았다. 북한 도발에 대한 침묵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아무리 당·정·청 의견이 다를 순 있지만, 역대 이렇게 어지러운 정부·여당은 없었다. 자기 조직이 이렇게 돌아가는데, 어떻게 리더가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

혼밥의 반대는 떼밥이 아니다. 소통이다. 윤 후보는 문 대통령의 방중 혼밥사건을 겨냥했던 것 같은데, 어쨌든 10년 불통세월에 이골 난 국민들은 '소통 대통령'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같은 편끼리 밥 먹는 건 소통이 아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만나야 소통이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보수원로, 기업인, 그리고 이대남들과 자주 만나길 바란다.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다면, 중소기업인과 노동자, 여성 그리고 검찰 출신 아닌 사람들과 밥 먹고 얘기했으면 한다.

국민은 대통령의 침묵을 원치 않는다. 어지러울 때일수록 직접 목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새 대통령은 당정 혹은 정부 내 갈등이 생긴다면 절대 뒤로 빠지지 말고, 설득이든 중재든 질책이든 직접 해결해주길 바란다.

이성철 콘텐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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