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무역적자 확대
곡물 가격 급등에 물가 상황도 악화
상황 장기화 시 스태크플레이션 우려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 1일 대구시 번화가인 동성로의 한 상가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 충돌 위기로 한국 경제가 무역적자와 물가 급등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상황이 장기화되면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 속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3.1%와 2.2%로 제시하면서, 올해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연평균 배럴당 73달러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정부의 유가 전망은 깨진 지 오래다. 러시아가 친러 반군이 점거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독립 공화국으로 승인한 직후인 22일(현지시간) 두바이유는 전날보다 2.86% 뛰며 배럴당 91.90달러에 거래됐다. 100달러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국제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급등은 수입한 원자재를 가공해 수출하는 한국에 직격탄이다. 무역수지 적자 확대는 물론, 국내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트려 수출마저 둔화될 수 있다. 10위 교역 대상국인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선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달 48억9,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도 65억6,900만 달러에 달해 3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불가피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 6~9월 사이 4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발생한 후 최장 기간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내 물가 상황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1·5위 밀 수출국으로, 두 나라의 밀 수출량은 전 세계 수출량의 약 29%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모두 전 세계 10대 콩·옥수수 수출국이기도 하다. 전쟁이 벌어질 경우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빵·라면·국수 등 국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를 밀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밀가루 가격은 1년 전보다 이미 12.1%나 뛰었다.
이미 국내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10월 3.2%를 기록하며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후 11월 3.8%→12월 3.7%→올해 1월 3.6%로,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급등세를 감안하면 이달 역시 4% 안팎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우크라이나 사태로 우리 경제는 수출은 위축되고 물가는 오르는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상황이 장기화되면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 속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에너지·곡물 가격 상승에 취약한 아시아와 유럽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