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1조원, LG이노텍도 4100억원 투자
고성능 반도체 성능 위해 기판도 진화
기술 장벽 높고 수요 급성장...가격도 30% 상승
고성능 반도체 기판 시장 경쟁이 뜨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에 비대면 사회가 정착되면서 늘어난 반도체 수요 때문이다. 삼성과 LG 등을 포함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대규모 반도체 기판 투자에 나선 이유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시설 및 설비에 4,130억 원 투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이미 지난해 말 FC-BGA 생산 설비 구축에 8억5,000만 달러(약 1조100억 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FC-BGA는 반도체 칩을 메인기판과 연결해주는 반도체용 기판이다. 주로 인공지능(AI)이나 서버, 자율주행 등을 포함해 고성능이 요구된 제품에 쓰인다.
최근 반도체는 최첨단 성능의 제품 중심으로 시장 수요도 바뀌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AI,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등을 비롯해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반도체 생산 공정도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포함시켜야 할 전기 회로 수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전체 칩 크기는 제한적이다. 이에 단순히 반도체 칩을 담았던 기판 역시 기술 진화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 업계에선 여러 개의 칩을 하나에 패키징하는 멀티칩패키지(MCP)와 미세화 등에 대응할 수 있는 기판 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가 제한적이다 보니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인텔과 AMD, 애플 등 글로벌 전자업체까지 자체적인 반도체 칩 생산에 나서면서 시장 수요는 더 커지고 있다. 이들은 FC-BGA 생산이 가능한 업체에 먼저 자금을 지불하면서 물량 확보에 나서는 분위기다. 가격 역시 지난해 20~30%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만의 유니마이크론과 난야, 유럽 에스티엔에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판 기업들은 지난해 4조 원가량을 FC-BGA 생산 증설에 투입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국내 업체들도 초기 생산물량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 경쟁에 합류한 상태다. 양사는 모두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스마트폰용 기판 사업을 철수했지만 FC-BGA의 경우 높은 진입장벽 덕분에 당분간 안정적인 수익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인 프리스마크에 따르면, 고성능 반도체 기판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10%씩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 가운데 이 중 FC-BGA가 전체의 47%를 차지할 전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초기 생산물량 확보가 시장의 주도권을 좌우하는 부품사업 특성상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 경쟁은 불가피하다"며 "특히 FC-BGA는 서버·네트워크 등 고속 신호처리가 필요한 다양한 응용처 수요가 늘어나면서 2026년까지 수급 상황에서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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