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신장애 배상 약관 개정 논의
공정위 "배상 기준 최소 통신3사 수준으로"
방통위·통신3사, 배상 시간 3시간→2시간 논의
과기정통부·통신3사 '책임 떠넘기기' 공방
'보여주기식' 결론날 시 소비자 보호 요원

정부가 통신3사의 통신장애 배상 약관과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 개정에 나섰지만 자칫 유명무실한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와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왼쪽부터)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과기부 장관-통신사 CEO 간담회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최근 잇따라 터진 통신망 장애와 관련, 정부에서 추진 중인 피해 구제 현실화 방안이 현실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설계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통신장애 피해 배상의 핵심인 '피해 시간' 규정과 '배상 액수' 등이 모두 소비자의 눈높이에선 멀찌감치 떨어진 수준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공정위 "피해 배상액, 최소 통신3사 수준으로"
현재 통신3사는 이동통신과 인터넷 서비스 장애에 대해 '3시간 이상 연속적 장애' 또는 '1개월 누적 장애 6시간 이상'만 배상하고 그 액수는 피해시간 또는 일 요금의 6~8배 선으로 규정하고 있다.
23일 통신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통신장애 분쟁해결 기준을 개정 중이다. 현행 공정위 분쟁해결 기준의 피해 배상 규정은 통신3사보다 낮은 수준의 피해시간 또는 일 요금의 6배다. 이에 공정위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통신기술, 시장상황 변화를 반영해 분쟁해결 기준의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가 현행 통신3사 약관보다 실효적 대책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공정위 관계자는 "분쟁해결 기준의 피해 배상액을 최소한 통신3사 수준으로 맞추려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는 국회에 '통신3사 약관보다 강한 수준의 배상 기준을 마련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는 내부 의견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공정위 분쟁해결 기준이 통신3사 수준에 맞춰진다면 실질적 소비자 보호는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KT의 대규모 인터넷망 장애로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이 전국적 혼란을 겪었지만 실제 배상액은 1,000~7,000원 수준에 그쳤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통신3사 약관 수준의 분쟁해결 기준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6~8배 배상 규정은 소비자 피해를 채우기엔 부족하고 10배는 되어야 한다는 소비자단체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통신3사, 배상 기준 3시간→2시간 논의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3사와 논의한 통신장애 배상 시간 기준도 비현실적이다. 방통위와 통신3사는 최근 '3시간 이상 연속장애' 배상 규정을 '2시간 이상 연속장애'로 1시간 낮추는 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방통위 관계자는 해당 논의에 대한 구체적 판단 근거 등에 대해 "답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애매한 답변만 전했다.
하지만 인터넷망이나 이동통신 서비스는 단 10분만 오류가 나도 소비자 피해가 큰 상황에서 '2시간 연속 장애' 배상 역시 비판 여론에 떠밀린 '보여주기식 대처'라는 지적이다. 지난 1월 발생한 KT 인터넷TV(IPTV) 오류 당시에도 장애 발생 시간이 1시간 미만이다 보니, 소비자들은 피해 배상을 받지 못했다. 이 사무총장이 이에 대해 "방통위와 통신사들의 논의에 현실적으로 납득할 소비자는 없을 것 같다"고 지적한 이유다.
국회 정무위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역시 "단 30분 통신장애에도 수백억 원의 직간접 피해비용이 발생한다"며 "배상기준을 시간 단위에서 피해액 기준으로 변경하는 등 소비자 중심의 합리적 배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통신3사와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장애 배상과 관련된 비판에 대해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펼치고 있다. 통신3사는 약관 개정 시 과기정통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과기정통부는 사실상의 신고제라며 통신사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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