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 중의원 본회의에서 정부 예산안에 야당으로선 이례적으로 찬성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유튜브 '다마키 채널' 캡처
일본 국민민주당이 22일 국회 중의원에서 통과된 2022년도 예산안에 야당으로선 이례적으로 찬성해 그 배경을 두고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보정예산'(추가경정예산)은 여야가 동의해 처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연도별 본예산에 야당이 찬성하는 경우는 드물다. 야권에선 “야당이 맞냐”, “자민당에 입당하고 싶은 거냐”는 비판이 나온 반면, 자민당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권 분열' 호재가 싫지 않은 모습이다.
2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중의원 본회의에서 사상 최대인 107조5,964억 엔 규모의 예산안이 통과되기 전날 저녁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국민민주당 국회대기실을 찾아 예산안 찬성 입장에 답례 인사를 했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도 의미와 각오를 갖고 찬성했다”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다양한 제안을 하고 싶으니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지도를 확실히 받아들여 정중하게 정치를 해나가고 싶다”며 팔꿈치 인사를 했다.
국민민주당, 자민당과 밀착하며 다른 야당과 차별화 꾀해
‘정책제안형 야당’ ‘중도야당’을 표방한 국민민주당은 지난해 중의원 선거 후 지속적으로 자민당과 거리를 좁혀 왔다. 제1야당이자 옛 민주당에서 갈라진 입헌민주당이 주도하는 ‘야당 국회대책위원장 회담’에선 이탈하고, 중의원 헌법심사회에서는 ‘여당 측’ 간사간담회에 합류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본예산 찬성으로 밀착한 것이다.
이런 변신은 정당지지율 1% 수준의 미미한 존재감으로는 참의원 선거 전망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특별고문인 지역정당 ‘도민퍼스트회’와 합당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양측 모두 내부 반대로 접게 됐다. 지지기반인 자동차총련, 전력총련 등 대기업 산별노조의 성향이 보수화한 점도 중요한 배경이다. 진보적 야당과 거리를 둬 우클릭하려는 모습이다. 이들 산별노조가 소속된 일본 최대 노총 렌고(聯合) 역시 지난해 요시노 도모코 회장이 취임한 후 자민당 관계자와 자주 만나는 반면 일본공산당과의 연대는 반대하고 있다.
야권 "여당화하겠다는 선언" "야당인 척하는 야당" 비판
애초 예산안에 관여하지 않은 야당이 찬성하는 것은 1977년 민사당, 1977년과 1978년 신자유클럽 이후 처음이다. 신자유클럽이 결국 자민당 정권에 합류한 전례를 들어 국민민주당도 같은 수순을 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는 “예산안 찬성은 국회에서 총리 지명 투표 때 ‘기시다 후미오’라고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여당화 선언”(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 “야당인 척하는 여당”(야마모토 다로 레이와신선조 대표)이라는 반응 일색이다.
이에 따라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 틀에 국민민주당은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후쿠다 다쓰오 자민당 총무회장은 “올바른 것에는 확실히 힘을 합쳐 나가는 모습이다. 이번 판단은 훌륭했다”며 국민민주당을 치켜세웠다. 반면 연립여당 공명당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이번 일이) 자민·공명 연립의 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총리에게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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