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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K-예능을 향한 잣대, 선한 감시자와 검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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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K-예능을 향한 잣대, 선한 감시자와 검열 사이

입력
2022.02.2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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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 중 전소민에 대한 막말 논란으로 문제가 됐던 '런닝맨' 양세찬과 지난해 김종민의 대상 수상을 놓고 농담을 했다가 비난을 받은 '놀면 뭐하니?' 속 데프콘. SBS, MBC 캡처

최근 게임 중 전소민에 대한 막말 논란으로 문제가 됐던 '런닝맨' 양세찬과 지난해 김종민의 대상 수상을 놓고 농담을 했다가 비난을 받은 '놀면 뭐하니?' 속 데프콘. SBS, MBC 캡처

예능을 평가하는 잣대, 과연 어디까지가 적정 수준일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중의 문제의식도 다양한 변화를 거쳐왔다. 젠더 이슈, 인종차별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 변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에는 웃음으로 넘길 수 있었던 일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자연스럽게 방송가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남녀의 역할 등을 구분 짓는 성차별적 발언부터 외모 비하 개그, 예능에서 등장하던 가학적 벌칙이나 게임 등은 이제 구시대적 사고방식의 산물이 됐다.

그간 대중의 인식이 보다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형태로 변화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반영한 방송가의 변화 역시 고무적이다. 하지만 지금 방송가, 특히 예능 시장을 들여다 보고 있자면 이들에 대한 대중의 잣대에 꽤나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유는 왜일까.

"나만 불편해?" 속 순한맛 된 예능들

시대의 흐름 속 발전적으로 변화한 대중의 문제의식보다 지금 방송가에 더 큰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인터넷 발(發) 대중의 평가다.

인터넷의 발달로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 포털 사이트 등 대중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채널은 방대해졌다. 이에 따라 각 예능들은 첫 방송 시작 전부터 종영까지 매 회 대중의 평가대 위에 오르고 있다. 방송 중에도 실시간으로 각 장면에 대한 각종 의견들이 쏟아질 정도다.

이 중 상당수의 의견은 제작진이나 출연자들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방송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확인하는 지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제작진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 실수나 잘못에는 따끔한 지적과 비판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반성의 장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일명 '프로 불편러'로 불리는 이들이다. 일반적인 사회 통념상, 또는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할 때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 상황에도 발언이나 연출, 태도를 과대해석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해 '불편'을 토로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웃음을 전하는 것이 주 목적인 예능에서 이러한 '불편러'들의 지적은 더욱 두드러지는 편이다.

문제는 사실 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 '불편함'이 활성화된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 속 '논란'으로 몸집을 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명 "나만 불편해?"라는 말이 가진 힘은 상당하다. 왜곡된 불편함에서 시작된 질문에 타인의 공감이 시작되는 순간 이는 빠르게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곤 한다.

일각의 억지성 불편함이 여론으로 둔갑했더라도 다수가 이에 공감하지 않으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여론에서 비롯된 논란이라는 프레임은 생각보다 더 치명적이다. 논란이 사실이 아니라 할지언정 프로그램의 이미지 타격은 물론이요, 애초에 이같은 논란을 피하지 못한 '구시대적 사고 방식을 가진 연출의 능력 부족'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대중의 문제의식에 발맞추지 못한 연출이나 출연자들의 발언, 태도 등은 분명 질타 받아야 마땅하다. 방송가 역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대중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은 앞뒤 맥락이 고려되지 않은 상황 혹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의적인 과대 해석을 통해 무분별한 비판을 토로하는 특정 사례에 대한 이야기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는 바다.

'선한 감시자'와 '검열' 그 사이, 이제는 발 맞춰 나갈 때

이러한 상황 속 지금 예능가는 사소한 논란도 피해가고자 하는 분위기다. 방송의 다양성이나 리얼리티보다는 안전하고 착한, '순한맛' 예능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출연진들간의 친분과 신뢰를 바탕으로 비롯된 사적이거나 다소 수위 높은 농담(욕설을 제외하고)까지 심한 질타의 대상이 되고 나아가 해당 출연자 개인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보니 예능가의 '몸 사리기'는 더욱 심해지는 모양새다.

한 방송 관계자 역시 "의도를 떠나 사실 관계와도 전혀 다른 해석에서 비롯된 논란이 불거질 경우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때로는 왜곡된 사실이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확산돼 비판을 받으며 곤욕을 치를 때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것 같은 장면은 사전에 편집으로 덜어내게 될 때가 많다"고 전했다.

물론 예능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선한 감시자'의 역할로써 방송가의 자정 효과를 자아낼 때도 많다. 하지만 긍정적 발전을 위한 역할이 '비판을 위한' 것으로 탈바꿈 할 때 수반되는 부작용은 상당하다. 물론 큰 파급력을 가진 미디어로서 공익성을 추구할 의무는 있지만, 이것이 미디어의 다양성을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방송의 자정 능력과 대중의 포용력이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시대의 흐름 속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제는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발맞춰 나가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 대중과 방송이 함께 발맞춰 긍정적 방향으로의 발전을 모색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가장 추구해야 할 길이 아닐까.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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