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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1990년생이 짊어질 그 무거운 짐

입력
2022.02.24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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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산타마을이 위치한 핀란드 라플란드는 지금 설국이다. 원고독촉을 받던 공동연구자 미카(Mika Vidlund)가 라플란드 휴가지에서 원고와 함께 보내온 사진 풍광이 그렇다. 광활하게 펼쳐진 침엽수와 호수 주변으로 쌓인 눈이 꽤나 이국적이다. 다른 공동연구자인 이즈모(Ismo Risku)도 원고를 보내왔다. 군 복무 중인 쌍둥이 아들 걱정,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다 보니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들을 만나게 된 건, 2006년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 한국 대표단의 핀란드 방문 때였다. 옆자리의 키 큰 핀란드 전문가가 한국 측 누군가의 발언에 대해 '말도 안 돼'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다. 말이 안 되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한국에 조세방식의 보편적 기초연금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반응이었다.

핀란드를 방문한 건 출산율이 급락한 상황에서 연금제도 운영에 대한 시사점을 얻기 위해서였다. 핀란드는 1990년대 초 65세 이상 노인의 약 93%에게 지급하던 기초연금을 불과 10년 후인 2000년 초에 45% 이하로 절반 넘게 줄였다. 이조차도 기초연금액의 일부만 받는 수급자가 포함된 비율이다. 우리처럼 월 30만 원 모두 지급하는 만액 수급자는 8% 이하로 대폭 축소했다. 대신 취약 노인에 대한 소득보장만큼은 확실하게 했다. 출산율이 급락한 한국에서 모든 노인한테 그것도 세금을 걷어 기초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 같은 반응을 보인 배경이다.

기초연금 도입이 대선공약이었던 노무현 정부는 집권 이후, 기초연금은 포기하고 국민연금 재정안정에 집중했다. 국민연금 삭감하면 용돈 연금에 불과해, 국민연금은 그대로 두고 기초연금을 새로 도입하겠다는 공약의 반대정책을 추진했다. 연금재정안정이 급한 것이 아니고, 노인빈곤 해소를 위해 기초연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야당 주장으로, 결국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었다. 이후 대선 때마다 10만 원씩 연금액이 인상됐다.

보험료 내서 연금 받는 국민연금과 달리 기초연금은 100% 세금으로 조달한다. 빠르게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은 젊은 세대와 미래세대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연금액 올리고 고령화로 대상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핀란드 친구들이 우리 상황을 자주 물어본다. 할 말이 없다.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연금개혁은 어렵다면서, 기초연금 10만 원 더 주겠다는 대선공약만 있어서다.

핀란드는 기초연금 대폭 축소 외에도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했다. 자동안정장치란 지속 불가능하면 자동으로 연금액을 삭감하는 조치다.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음에도 절반의 자동안정장치라면서, 지속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우리 기초연금은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수급자의 3분의 1이 OECD 기준으로도 빈곤하지 않은 노인인데, 절대빈곤에 노출된 어려운 노인과 똑같이 지급받고 있다. 비용은 눈덩이처럼 빠르게 늘어나는데, 정작 노인 빈곤율 감소효과는 매우 적다. 수년 전부터 OECD 사무국이 기초연금 대상자 줄이고 절대빈곤 상태의 노인에게 연금 더 지급하라고 권고했음에도, 소 귀에 경 읽기다.

최대 피해자가 될 1990년생들은 국민연금 재정 불안정에 더해 기초연금 부담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대선후보 연금공약에 젊은 세대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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