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 측 "경제 여력 설명 위한 것" 설명에도
윤희숙 "똑똑한 고등학생 아는 상식 몰라" 비판
'수출 5위' 충족하지만 '자유로운 사용' 어려워
통화 개방에 따른 정책수단 제한·적자 등 딜레마
“우리도 기축통화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정도로 우리 경제는 튼튼하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1일 열린 20대 대선 첫 법정 TV토론회에서 언급한 ‘기축통화국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재정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우리도 될 수 있다”고 맞받아친 것이다.
발언이 있고 나서 “똑똑한 고등학생도 아는 경제상식도 모르고 국가재정을 망치자 주장한다”(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 “우리 경제가 튼튼하고, 재정건전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좋고, 국가채무에도 아직 여력이 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한 것”(채이배 민주당 공정시장위 공동위원장) 등의 장외 설전도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의 말대로 한국의 기축통화국 편입은 현실성 있는 주장일까.
우선 기축통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즉 금융거래의 중심이 되는 통화를 의미한다. 화폐를 발행한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그 가치가 인정되는 통화다. 좁은 의미로는 통상 외환거래의 기준이 되는 달러화가, 넓은 의미로 보면 국제 거래에 폭넓게 쓰이는 △유로화 △엔화 △위안화 △파운드화 등이 포함된다.
이 후보 측은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이 최근 발표한 ‘원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포함될 수 있는 5가지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기축통화국 편입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SDR는 회원국의 외화 유동성 부족에 대비해 배분하는 가상의 자산인데 △달러 △유로 △위안 △엔 △파운드로 구성돼 있다. IMF가 인정한 광의의 기축통화로 볼 수는 있다.
전경련은 당시 ‘수출 규모 세계 5위권에 포함’ 조건을 충족했다는 점을 주요 편입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다른 조건인 ‘자유로운 통화 사용’을 충족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국제결제은행(BIS) 주관 ‘전 세계 외환 및 장외파생상품 시장 조사’ 결과를 보면 2019년 기준 원화 거래 비중은 1%(200분의 2)로, 전 세계 12위에 그친다. 더구나 국내 외환시장이 한국 시간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만 개방돼 있어 시장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축통화국 편입이 꼭 한국에 이익이 되는 것만도 아니다.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국이 됐다는 것은 다른 나라도 그만큼 원화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 통화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는 만큼 독자적 통화정책을 수행하기도 어려워지고, 투기자본의 공격에 노출되기도 쉬워지는 것이다.
이 후보 주장의 근거를 제공한 전경련도 논란이 가열되자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진화에 나섰다. 전경련은 "원화가 SDR에 편입됐다 해서 원화를 기초로 한 국채 수요가 곧바로 증가하지는 않는다"며 "국제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돼야만 지급결제 기능을 갖춘 명실상부한 기축통화가 될 수 있어, 경제 펀더멘털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 후보의 '기축통화 가능' 주장에 거리두기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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