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동의 없이 개발 제안 수용
감사원 "백지화안 마련하라" 통보

경기 의정부시가 A 민간업체의 사업 제안을 수용한 '캠프 카일' 도시개발사업 조감도. 의정부시 제공
경기 의정부시가 반환 미군기지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정 민간업체에 막대한 특혜를 준 사실이 확인됐다. 업체가 개발 수익을 실제보다 2,000억 원 적게 계산했는데도 이를 눈감아줘 제대로 된 환수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감사원은 22일 이런 내용이 담긴 ‘의정부시 도시개발시행사 선정 특혜의혹 관련 공익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시는 2019년 민간업체 A사와 함께 공동주택, 혁신성장센터 등을 조성하는 ‘캠프 카일’ 미군기지 발전 계획을 수립했다. A사는 당시 전체 사업 부지(13만2,108㎡)의 극히 일부(205㎡ㆍ0.16%)만 보유하고 있었고, 나머지 99%는 국방부 소유였다. 도시개발법에는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제안할 때 3분의 2 이상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얻도록 돼 있다. 하지만 업체는 국방부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
규정대로라면 A사의 제안은 폐기돼야 마땅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는 그대로 수용했다. 원인은 담당 공무원의 부적절한 거래에 있었다.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과장 B씨는 ‘민간사업자는 공모로 선정해야 한다’ ‘국방부 동의가 없어 제안을 반려해야 한다’는 실무자의 의견을 묵살했다. B씨는 시장의 결재를 받을 때 “국방부가 동의했다”고 거짓 보고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그는 A사의 고문과 친분이 있었다. B씨는 ‘조건부 수용’ 통보를 ‘수용’으로 바꿔달라는 업체의 부탁도 시장의 결재 없이 몰래 들어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적정 개발 수익도 엉터리로 산출됐다. A사는 공동주택 2,078가구를 건설ㆍ분양하겠다는 사업계획을 제출하면서 이익을 분양 수입을 제외하고 용지 매각만 기준 삼아 404억 원(공공기여분 4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시 역시 검토 과정에서 A사 기준을 그대로 준용했고, 공공기여분을 최종 589억 원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의뢰해 A사의 분양수입 등을 재추정한 결과 사업이익은 무려 2,46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채납 금액을 빼고도 A사가 가져갈 돈이 거의 2,000억 원이나 돼 업체의 배만 불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감사원은 의정부시에 A사의 제안을 수용한 결정을 백지화하라고 통보했다. 또 부당하게 업체 편의를 봐준 B씨를 해임하는 등 관련자 2명을 징계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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