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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줄어도 오르는 원유 가격…가격 결정체계 손봐야 낙농산업 경쟁력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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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줄어도 오르는 원유 가격…가격 결정체계 손봐야 낙농산업 경쟁력 보장

입력
2022.02.23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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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줄어도 국내 원유 가격 20년간 72% 올라
원유 쿼터제·생산비 연동제가 원인
정부 개편안에 낙농단체 "강경 투쟁" 반발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의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의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우유 소비가 계속 줄어드는데도 우유를 만드는 원재료인 원유 가격은 매년 오르는 기이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낙농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시장 수급 현실을 외면한 원유 가격결정 체계부터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원유 가격은 2001년 L당 629원에서 2020년 1,083원으로 72.2% 뛰었다. 미국(11.8%)과 유럽연합(EU·19.6%)의 원유 가격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정작 원유 가격이 오른 만큼 우유 소비량은 증가하지 않았다. 국내 1인당 마시는 우유 소비량은 이 기간 36.5㎏에서 31.8㎏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수요가 줄었음에도 원유 가격이 오르는 이상 현상의 원인은, '원유 쿼터제'와 '생산비 연동제' 때문이다. 쿼터제로 낙농가의 원유 납품 물량을 일정량 보장하고, 생산비에 따라 원유 가격을 올릴 수 있도록 하다 보니 원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원유 쿼터량은 연간 223만 톤으로 실제 생산량(209만 톤)은 물론 수요량(175만 톤)보다도 많다.

왜곡된 가격결정체계로 국내 낙농산업 경쟁력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비싼 국내 우유제품 가격에 소비자들이 외국산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국산 우유 자급률은 2001년 77.3%에서 2020년 48.1%로 추락했다. 2026년부터 미국·유럽산 우유 관세까지 철폐되면 저가의 수입산 유제품이 크게 늘면서 자급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흰 우유를 만드는 음용유와 치즈·버터에 쓰이는 가공유의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음용유는 지금과 같은 가격인 L당 1,100원에, 가공유는 더 저렴한 800원에 공급하자는 것이다. 대신 농가소득이 줄지 않도록 유업체의 구매량을 늘리도록 했다. 개편안이 실행될 경우 농가 수입이 1,500억 원 늘고, 유유 생산량도 확대돼 자급률 역시 최대 54%까지 오를 것으로 농식품부는 추산했다.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의 이사회 구성도 학계·소비자·변호사 인력을 확대하는 식으로 23명까지 늘려 중립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이사회 15명 중 7명은 생산농가 몫으로, 이들이 반대할 경우 이사회 개회 요건(3분의 2 이상 참석)도 충족하기 어렵다.

하지만 낙농단체는 구조적으로 원유 생산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등가격제가 시행되면 농가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지난 16일 여의도에서 낙농인 결의대회를 열고 “벼랑 끝에 놓여 있는 낙농육우산업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강경 투쟁을 해나가겠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차등가격제 적용과 낙농진흥회 개편을 위해선 농가의 동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속적으로 협의해 의견을 조율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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