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 창업주 2세 등 세금 탈루
외국법인도 한국 사업장 누락해 탈세
국내 유명 식품기업 창업주 2세인 A씨는 자녀가 체류 중인 해외에 이름뿐인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본사와 내부거래를 한 것처럼 속여 목돈을 마련했다. 현지 부동산을 사고팔아 마련한 목돈을 자녀에게 증여,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고 체류비로 쓸 수 있게 했다.
수백억 원의 재산을 보유한 기업가 B씨는 해외 조세회피처에 직원 명의의 꼭두각시 현지법인을 만들었다. 국내 법인에서 컨설팅 비용 등으로 거액을 송금하면 이를 현지에서 인출해 거래 추적이 어려운 해외주식을 취득, 개인의 부를 증식하는 데 사용했다.
국세청은 해외 법인 등을 활용한 역외 탈세 혐의자 44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2일 밝혔다.
역외 탈세 혐의자를 유형별로 보면 ‘꼭두각시 현지법인’을 통한 탈세 혐의자가 2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모두 수십억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로, 50억 원 이상 재산 보유자도 9명에 달했다. 그중 100억~300억 원 미만이 3명, 300억 이상~500억 원 미만이 2명, 500억 원 이상이 1명이었다.
해외 법인을 통한 탈세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수법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과거에는 현지 법인 설립 시 페이퍼컴퍼니만 설립했으나, 최근엔 장기간 지속적으로 거래하거나 복잡한 다단계 소유구조를 만들어 적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지 않다고 허위 신고해 법인세를 내지 않은 외국법인 13곳도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실제 외국계 C사는 국내 자회사에 임원을 파견, 실질적으로 국내 사업을 통제하고 있으면서도 서류상 계약으론 자회사가 단순 업무지원 용역만 제공하는 것처럼 꾸며 고정사업장을 은폐했다.
불공정 자본거래로 법인자금을 빼돌린 법인 10곳도 국세청 조사를 받게 됐다. 반도체 집적회로를 설계·제작하는 정보기술(IT)기업 D사는 해외 공장을 매각해 사주 비자금을 만들면서 서류상으론 청산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투자액 전액을 손실 처리했다.
김 국장은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는 상당한 경제력이 필요하고 탈세 전 과정을 처음부터 철저하게 기획해 실행하는 전형적인 부자탈세”라며 “조사 역량을 집중해 끝까지 추적 과세해 역외 탈세가 새로운 탈세 통로나 부의 대물림 창구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지난 2019년 이후 5차례에 걸쳐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1조6,559억 원의 탈루 세금을 추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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