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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위축도 문제다

입력
2022.02.21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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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
장인철수석논설위원

경제정책 실패로 중산층 감소 가속화
세금 급증ㆍ집값 폭등 중산층 삶 위협
중산층 희생 부를 공약들 잘 걸러내야

이재명, 윤석열 등 여야 유력 후보들의 '퍼주기 공약' 경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공약 이행은 결국 위축되고 있는 중산층의 세금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 중산층 현실을 직시하는 정치가 절실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재명, 윤석열 등 여야 유력 후보들의 '퍼주기 공약' 경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공약 이행은 결국 위축되고 있는 중산층의 세금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 중산층 현실을 직시하는 정치가 절실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문재인 정부의 시도는 성과보다 부작용이 컸다. 양극화를 해소하고 서민의 삶을 증진시키기 위한 구조변혁에 주력했으나, 대다수 서민의 삶은 악화했고, 사회 전반의 양극화도 결코 개선됐다고 말하긴 어렵다. 코로나19 탓도 크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처럼 정책 전반의 유기성이 떨어졌고, 현실적 속도조절을 무시한 이념 과잉 정책이 빚은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경제정책 실패의 부작용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정책 실패는 청년들이 내 집을 마련해 중산층으로 성장할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거의 붕괴시켰다. 최저임금과 주52시간, 주휴수당 등은 소상공ㆍ자영업자의 경영여건 악화는 물론, 서비스직 일자리를 축소시키는 역효과를 냈다. 복지증진과 소득 재분배 강화를 겨냥한 재정확대책은 전반적 조세 및 사회부담금 지출로 이어졌다.

이 모든 부작용이 결집된 현상이 중산층의 위축이다. 최근 한경연 분석에 따르면 근로자 월임금은 2016년 310만5,000원에서 2021년 365만3,000원으로 17.6% 늘었다. 반면 근로소득세 및 사회보험료 부담은 36만3,000원에서 50만7,000원으로 39.4% 증가했다. 월급여가 54만8,000원 늘었으니, 근소세와 사회보험료가 14만4,000원 늘어난 건 괜찮지 않느냐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관리물가를 제외한 2017~2019년 소비자물가 누적 상승률이 이미 4.0%에 육박했던 점과, 특히 지난 5년간 전국 아파트값이 약 84% 오른 점 등을 감안하면 무주택 중산층의 생활형편은 통계보다 훨씬 악화했을 것이 분명하다.

한경연이 지난해 4분기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충격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구는 그나마 명목소득 증가에 힘입어 중산층 비중이 2021년 2분기 기준 2019년 동기 대비 2.7%포인트 증가한 70.4%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산층의 또 다른 핵심층인 자영업자의 경우, 고소득층과 중산층 비중이 각각 1.3%포인트, 1.2%포인트 감소해 각각 11.8%, 59.8%를 기록하며 중산층 위축이 두드러졌다. 특히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전락한 자영업자 가구 수는 6만5,000가구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실 그동안 세금과 부담금 급증에 시달리고, 집값 급등에 따른 주거비 급상승에 휘둘린 무주택 중산층 가구는 명목소득이 중산층 수준이라도 결코 중산층이라 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지난 1일 통계청 ‘2021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가구소득이 600만 원을 넘긴 고소득 가구주 가운데 무려 91.1%가 자신의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중 이하’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그중 34.7%는 ‘중하층’에 속한다고 답했다. 이는 근로소득이 높아도 무주택자인 경우 자산 상황이 상대적으로 급락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중산층 비중은 2015년 69.5%였던 게 코로나 발생 전해인 2019년에 이미 59.9%로 급락했다(추경호 의원실ㆍ통계청). 여기에 코로나 충격 등을 감안하면 지난 2년간 중산층 비중은 더욱 가파르게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다. 가처분소득을 감안한 중산층 생활형편으로 치면 상황은 더욱 나쁠 것이다.

양극화 완화도 좋고, 복지 확대도 절실하다. 하지만 그걸 빙자한 조세와 각종 부담금 지출의 증가세가 실질소득 증가세보다 빠르면 국민의 삶은 점차 중산층 이하로 하향평준화할 수밖에 없다. 지금 유력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퍼주기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결국 부담은 우리 사회의 허리인 중산층이 진다. 그나마 누가 무너지는 중산층 현실을 좀 더 헤아리는지 잘 가려 뽑아야 할 것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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