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일 영등포구청장 인터뷰>
노점 빽빽했던 영등포역 영중로
물리적 충돌 없이 정비사업 마쳐
서울에서 처음 문화도시로 지정
"예술·상업 공존하는 곳으로 변화"

채현일 서울 영등포구청장이 17일 가진 인터뷰에서 집무실 한쪽 벽에 붙어 있는 205개의 소망쪽지를 짚어 가며 그간 자신이 추진한 정책들을 설명하고 있다. 직원과 구민들의 바람이 적힌 해당 쪽지에 대해 채 구청장은 "거의 다 됐고 일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새로운 정책은 없어요. 공감할 수 있는 정책만 있을 뿐이죠.”
민선 7기 임기를 넉 달 정도 남겨 놓은 채현일(52) 서울 영등포구청장의 말에는 전국 기초단체장들의 희비애환이 응축돼 있다. 모두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4년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숙원사업 해결에 행정력이 집중되는 이유도 해결 유무에 따라 단체장 평가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40대에 구청장에 오른 채 구청장은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업들을 착착 해내고 있다. 그는 “임기 초반 약속들을 다 지켰다”며 “올해는 가시적 성과에 '무형의 가치'을 쌓아 올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가장 공감했던 사업을 하나 꼽는다면.
“영등포역에서 북쪽으로 난 영중로 노점상 정비사업 마무리가 대표적이다. 노점 때문에 구민과 주변 상인 모두가 인상을 쓰고 있었다.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고, 50년 묵은 숙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영등포 미래도 없다고 보고 밀어붙였다. 노점상들이 구청장실을 5, 6차례 점거할 정도로 저항했지만 협의체를 만들어 상인들과 100회 이상 대화했고, 물리적 충돌 없이 정비 사업을 해냈다. 서울에서 가장 복잡하던 거리가 바뀌는 것을 보고 구민들이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영등포에선 그 이외에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
“보행환경 개선, 주차문제 해결, 악취 저감 등 구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 영등포역 주변 쪽방촌·집창촌 문제가 마무리되면 조만간 영등포역 주변 스카이라인이 크게 바뀔 것이다.”
-대부분 물리적인 변화에 집중돼 있다.
“영등포는 한국 산업화의 심장이자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공간이다. 여의도를 제외하면 그런 문제들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화려한 수식어만 있었지만, 수십 년 동안 방치됐던 곳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영등포에 거주하는 게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최근 서울에서 처음으로 문화도시로 지정된 게 대표적이다.”
-문화도시 선정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영등포가 품은 역사성 때문이다. 영등포는 지금 정치와 금융 중심으로 회자되지만, 과거의 영등포가 없었다면 지금의 한국을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다. 예전엔 구로공단과 서초 강남까지 영등포였다. 산업화 현장에 제2세종문화회관이 2026년 들어설 예정이고, 구도심이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매력적인 공간이란 점도 선정 배경이라고 본다.”
-문화와 개발은 상충하는 측면이 있지 않나.
“낡았다고 다 뒤엎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아파트만 지을 게 아니라 기존의 것을 활용해 더 빛이 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문래창작촌의 경우 주거환경이 열악하지만 지속적인 보완을 통해 예술과 상업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문래동은 기계금속 기술인들과 예술인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양측에서 협력문화를 이끌어내고 그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려고 한다. 자리가 잡히면 새로운 상상과 생산을 일으키는 창작환경이 구축되고, 이를 통해 예술인과 기술인이 융복합문화의 방향을 함께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나 역사도 좋지만 살기 좋은 곳이 돼야 하지 않나.
“그렇다. 힐링과 건강이 영등포가 가야 할 방향이다. 거기에 문화가 가미되면 만족도가 배가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영등포에는 산이 없어 구민들이 도보로는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접하기 쉽지 않다. 한강-샛강-안양천-도림천을 잇는 수변 힐링 공간을 조성해 산책과 체육 공간 마련에 힘쓴 이유다. 앞으론 수변공간 확대로 생태문화 광장 기능까지 갖추도록 해 특색 있는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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