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관점에서 미역 조명한 '미역 인문학'
김남일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 집필
"해조류 식문화 세계문화유산이 가능성 충분"
최근 출간된 ‘미역인문학’은 한국인 밥상의 떼놓을 수 없는 식재료인 ‘미역’을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탐구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미역은 단순히 생일날 혹은 출산 후 산모가 먹는 음식재료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인의 DNA에 깊이 각인된 해양문화유산”이다.
미역을 문화유산으로 조명한 이 책은 현직 공무원인 김남일 경상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이 썼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울진·울릉 돌미역 떼배채취어업을 동해안에서 처음으로 국가중요어업유산에 등재시킨 주인공이다. 김 본부장은 “돌미역 떼배채취어업의 국가중요어업유산 등재 준비 과정에서 국내에 미역을 주제로 한 제대로 된 연구서가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며 "해조문화 보존을 위한 연구 필요성을 느껴 직접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미역의 문화사, 문학작품과 민요 속에 나타난 미역, 미역의 생태학적 위치, 미역의 유통과 관련된 미역길, 미역 음식의 진화와 변신, 미역의 세계 진출 등, ‘인문학’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을 만큼 다양한 관점에서 미역을 다룬다. 해양바이오산업 관점에서 미역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한 대목에서는 지역 행정가로서의 면모가 십분 발휘된다. 이를 위해 직접 어촌계와 해녀들을 면접하고 국내외 학술서와 논문을 살피는 등 웬만한 학자보다 더 충실한 연구 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로 완성한 ‘팔도 미역국 지도’는 그 결실 중 일부다.
미역에 대한 관심은 김 본부장이 그간 공직생활을 하며 꾸준히 몰두해온 '동해를 지키고 지속 가능한 동해안의 어촌공동체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길’의 일환이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김 본부장은 1989년 고려대 국어교육학과 재학 중 최연소로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공보처와 국무총리실을 거쳐 1995년 쇠락해 가는 고향과 지방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결심으로 경북도청에 지원했다.
이후 새경북기획단장, 환경해양산림국장, 독도수호대책본부장, 코리아 실크로드프로젝트 추진본부장, 일자리민생본부장, 문화관광체육국장, 도민안전실장, 경주부시장 등을 역임했다. 지역에서는 내륙 위주의 개발만 이뤄지던 경북의 신 해양시대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추천사를 쓴 박찬일 셰프는 김 본부장에 대해 “온갖 현장의 일꾼들, 바다를 일구는 사람들의 이름을 줄줄 꿴다. 아지매요, 아재요, 그가 현장의 사람들을 부르는 호칭이다. 적어도 경북의 먹고사는 일터를 그는 다 안다”고 묘사했다. “어부와 해녀와 같은 바닷가 마을, 갯가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공직생활에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말하는 김 본부장은 공무원이야말로 우리 민속문화의 기록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지역문화 기록은 주민분들과 꾸준히 소통하지 않으면 현장 목소리를 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학자들 중에 도서 지역에 오래 머무르며 현장 중심 연구를 하는 분들이 잘 없어요. 동해의 연안환경과 생태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 해양 중심 로컬사 기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만큼, 지역 공무원으로서 제 작업이 연구자들에게 자극이 되었으면 합니다.”
책을 통한 김 본부장의 최종 목표는 미역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이다. 근거 없는 목표는 아니다. “2016년에 제주도 해녀어업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됐고, 앞서 이탈리아 나폴리의 피자제조법이나 우리나라 김장 등 여러 음식 문화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어요. 미역을 비롯한 해조류 식문화 역시 세계문화유산이 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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