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인물] 이영주 포항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장
전국 이차전지 산업화센터 4곳 중 포항이 최대
"폐배터리가 황금알 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
“앞으로 8년 뒤면 재사용 시장은 16조, 재활용 시장은 22조 원이 넘을 겁니다. 엄청난 블루오션이죠.”
21일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에서 만난 이영주(55) 센터장은 폐배터리 시장 얘기부터 불쑥 꺼냈다. 포항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는 경북테크노파크 산하기관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폐배터리 산업화센터이면서 환경부 지정 거점수거센터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20년 3월까지 국내에서 폐차된 전기차는 263대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1만대, 2025년 이후에는 매년 3만대 이상 쏟아져 2030년에는 60만대가 누적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폭발적으로 증가할 폐배터리 처리방안을 고민하는 곳이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라고 설명했다.
재사용이냐, 재활용이냐
포항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의 1층 보관동은 명칭 그대로 전기차에 사용된 배터리를 모아 두는 곳이다. 면적 1,213㎡에 폐배터리 1,500개를 둘 수 있는 보관동은 창고형 대형마트와 같은 형태였다. 이곳에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 첫 선을 보였던 폐배터리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듯 층층이 반듯하게 보관돼 있었다. 이 센터장은 “폐배터리지만 전기차 기준에서 퇴출된 것일뿐 수명이 많이 남아 있다”고 소개했다.
폐차 말소되는 전기차는 폐차장에서 폐배터리만 별도 분리된다. 이후 권역별로 6개 거점보관센터로 들어간다. 지난해 10월 준공해 150개가 들어왔고, 70개가 성능 시험을 거쳐 재사용과 재활용을 원하는 업체로 옮겨졌다.
그는 “전기차 폐배터리는 잘 관리하지 않으면 화재나 폭발 등의 위험이 따른다”며 “배터리에는 코발트, 니켈, 리튬 등 중금속이 사용돼 환경오염 우려도 있어 잘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관동을 거친 배터리는 바로 옆 시험동으로 옮겨진다. 실제 시험동에는 컴퓨터 서버처럼 생긴 여러 대의 장비마다 몸통만 남은 전기차 배터리가 한 개씩 놓여 있었다.
이 센터장은 “전압과 절연, 내부 저항, 충전량을 검사하고 충전과 방전 시험을 거친다”며 “수명에 따라 전기차가 아닌 다른 용도로 재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배터리의 원료를 추출하는데 재활용할 것인지 운명을 결정하는 곳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폐배터리 기술 개발, 배터리 못지 않아”
이 센터장은 시험동을 가득 채운 여러 장비를 소개하면서 “성능이 뛰어난 배터리 기술 개발의 속도 못지 않게 사용 후 폐배터리를 분리하고 해체해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는 기술의 개발 속도도 엄청나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통상 성능 70% 이상이면 재사용, 이하면 재활용으로 운명이 갈린다. 재사용하는 폐배터리는 ‘ESS’로 불리는 에너지저장장치로 변신한다. 분리해 개조하거나 기존 형태 그대로 사용하는데,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모으는 ESS장치로 주로 쓰인다. 국내 유명 건설회사는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임시 전력 공급 장치로 유용하게 쓰고 있다.
이 센터장은 “폭스바겐이나 BMW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ESS 생산라인을 구축해 재사용 사업을 시작했다”며 “국내 대기업들도 유명 화학회사들과 손잡고 폐배터리를 태양광 발전에 활용하거나 전기차 충전용 ESS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배터리를 완전 분해해 원재료를 추출하는 재활용시장은 더 뜨겁다. 배터리는 원가에서 고가의 리튬이나 니켈 등의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50~60%에 달한다. 최근 원자재 상승과 수요증가로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이로 인해 제조기업 입장에선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큰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센터장은 “수명을 다한 리튬 배터리를 재활용하려면 수백 개의 리튬 셀을 일일이 분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유해 물질이 방출되고 폭발 가능성도 있다”며 “위험을 최소화하고 원재료를 추출하는 것이 재활용 기술의 핵심으로,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뛰어 들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 역할은 폐배터리의 운명을 판가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 센터장은 “전기차 시장이 엄청난 속도로 확대되고 폐배터리도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만 아직 배터리 잔존가치와 안전성 기준 등이 만들어지는 상황”이라며 “사용 후 배터리가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환경에 맞는 규정이 마련되도록 돕는 게 센터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포항은 전남 나주와 제주, 울산 등 전국의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 4곳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존 센터 바로 맞은편에 6배나 큰 폐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가 구축된다. 지난 2019년 7월 포항 영일만항 산업단지와 블루밸리 산업단지 2개 구역 56만1,900m²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차세대배터리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배터리 제조업체와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덕분이다.
포항이 배터리 선도도시로 변신하면서 이 센터장의 어깨도 날로 무겁다. 그는 포스코 산하 연구원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서 그룹의 배터리 관련 연구팀을 이끌었던 신사업팀 리더 출신이다.
이영주 센터장은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배터리 관련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저렴한 비용으로 사무공간을 임대하고 시험실도 제공해 신제품 개발을 돕고 있다”며 “포항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가 국내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폐배터리가 황금알이 되는데 마중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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