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소비자 1,000명 3년간 조사 결과
지난해 4분기 물가 인식 부정 평가 83%
"고물가·저성장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높아"
지난해 말부터 일상에서 먹고 쓰는 대부분 상품의 가격 인상 소식이 들려오면서 소비자들의 물가 체감 인식이 크게 나빠졌다. 심지어 코로나19 유행 직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소비자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물가 체감지수는 40으로 2019년 시작된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해당 조사는 2019년부터 매주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또는 모바일로 진행됐으며, 100을 기준으로 높으면 긍정적, 낮으면 부정적 인식이 많다는 뜻이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지수 40은 응답자의 83%가량이 부정적 평가를 했다는 뜻"이라며 "더 이상 나빠지기 어려운 한계 상황임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에도 60 수준으로 부정적인 편이었던 물가 체감지수는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 초만 해도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하반기부터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해 1분기부터는 50 아래로 내려앉았다. 코로나19 직후 최악 수준으로 내려갔다 지난해부터 회복되기 시작한 국가경제·국내경기 인식이나 체감 일자리 지수와는 반대의 움직임을 보인 셈이다. 지난해 2분기부터는 체감 경제에 가장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항목이 물가인 것으로 분석됐다.
당분간 물가 인식은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과 물류 비용 폭등으로 식품부터 공산품, 서비스 등 전 분야에 걸친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 여파로 천연가스 가격과 유가까지 요동치고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물가 불안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물가 인식은 40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악화된 물가 심리가 경기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데 있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물가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소비자 인식이 지속되면 소비가 줄고 생산이 감소하면서 고물가임에도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진다"며 "최근 물가 불안은 대내외 요인이 겹쳐 쉽게 안정되기 힘들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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