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4개월여 만, 새 전략 밝힌 안호상 사장
예술단 공연 대폭 늘려 '제작극장'으로 전환
제2세종문화회관 설립 일정 맞춰 리모델링도
서울 공연문화의 중심인 세종문화회관이 '제작극장'으로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대면 공연 대신 온라인 콘텐츠 수요가 폭증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이다. 전 세계가 한국 콘텐츠에 주목한 현 시점의 시장 수요도 고려했다. 다만 이를 위해 안정적인 중장기 재원 마련 등 넘어야 할 걸림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21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세종문화회관의 경쟁자가 단순히 극장이 아니라 넷플릭스 등 여러 콘텐츠 제작업체들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전체 예산과 인력의 40%를 넘게 차지하는 예술단의 질적·양적 성장을 통해 자체 공연 콘텐츠를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수도권 내 공연장 증가로 경쟁은 심해지는 반면 외부 초청 공연을 중심으로 한 수익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세종문화회관의 입지가 점차 좁아져 왔다. 세종문화회관 산하에는 현재 청소년 예술단 3곳을 포함해 총 9개의 예술단이 있지만, 이들의 최근 공연 비중은 20% 안팎에 그친다. '제작극장'으로의 방향 전환은 안 사장이 취임 4개월여 만에 현재의 예산 여건 등을 고려해 내놓은 타개책이다.
이번 봄시즌(3월 26일~6월 26일)이 그 변화의 첫걸음이다. 총 9편(총 61회) 공연 중 8편(총 55회)을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예술단 공연으로 채웠다. 서울시극단의 '불가불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2022 명연주자시리즈: 정화 그리고 순환', 서울시 합창단의 'M 컬렉션시리즈: 봄볕 그리운 그곳', 서울시뮤지컬단의 '지붕위의 바이올린', 서울시무용단의 '일무(佾舞)' 등을 준비했다. 안 사장은 "우선은 예술단 공연 횟수를 늘리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공연 주제의 동시대성을 강화하고 외부 창작진들과의 협업도 점차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연 단위로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티켓오픈하던 방식도 '봄-여름(싱크 넥스트)-가을·겨울' 3개 시즌으로 나눠 운영키로 했다.
극장 리모델링도 추진한다. 예술단 공연과 적합한 중극장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와의 조율을 통해 올해 타당성 조사를 시작으로 설계 과정을 거쳐 2024~2025년부터 일부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본격적 공사는 2026년에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개관할 예정인 제2세종문화회관으로 예술단 사무실 등이 이전한 후 돌입해 2~3년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이날 안 사장은 체질 변화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새 전략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안 사장은 2012년부터 약 5년여간 국립극장장을 맡았을 당시 전속단체 공연을 확대해 유료관객 증가 등 성과를 냈다. 예술단 중심으로 공연을 하면 당장 초청 공연 수익 감소를 감수해야 하고, 한편으론 예술단이 일반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느냐의 문제 등도 남는다. 그럼에도 그는 "적어도 앞서가지는 못하더라도 (관객의) 기대에 맞는 수준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