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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조직의 교도소 혈투

입력
2022.02.2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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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에콰도르 교도소 폭동

폭동 다음 날인 2월 23일, 재소자 간 무장 충돌 여파로 연기를 내뿜고 있는 에콰도르 쿠엥카 엘 투리 교도소. EPA 연합뉴스

폭동 다음 날인 2월 23일, 재소자 간 무장 충돌 여파로 연기를 내뿜고 있는 에콰도르 쿠엥카 엘 투리 교도소. EPA 연합뉴스

중남미 마약 소탕의 근원적 걸림돌은 코카 재배에 좋은 환경과 부패 권력,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 등 공급 변수 못지않게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지척에 둔 운명적 현실이다. 미국 마약 정책, 엄밀히 말하면 국경·물류 통제 정책의 향배에 따라 마약 시장과 가격이 요동치고, 누가 밀수 라인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카르텔 권력 구도가 좌우돼 온 것도 그 때문이다. 콜롬비아 메데인 카르텔의 제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1970~80년대 중남미 마약시장을 제패한 것도 안정적 북미 밀수 라인을 개척한 덕이었다.

미국의 경제·군사적 지원하에 20년가량 펼쳐진 콜롬비아 당국의 메데인 카르텔 소탕작전이 1990년대 초 성공을 거두면서 중남미 마약 권력은 춘추전국시대로 돌입했고,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가 북미 밀수라인의 허브로 급부상했다. 양대 조직인 시날로아 카르텔(CDS)과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등 다수의 조직이 중남미 전역에서 가공된 원료 및 완제품을 육로와 항공, 자체 보유한 잠수정까지 동원한 해상을 통해 미국으로 실어 나르며 몸집을 키웠다.

코카의 최대 공급지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의 에콰도르가 남미 마약 물류의 주요 고리로 급부상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콜롬비아산 원료는 북행 운송 루트가 막히다시피 했고, 그 사정은 페루도 마찬가지였다. 과야스강 하구 태평양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에콰도르 최대 항구도시 과야킬(Guayaquil)은 수도 키토와 가깝고 인구도 많아 최적의 마약 물류 거점이 됐다. 멕시코 카르텔들은 과야킬을 장악하기 위해 현지 군소 마약조직을 경쟁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에콰도르에 살인 폭력 범죄가 폭증했고, 교도소도 초만원 사태를 빚었다.

2021년 2월 23일 시작돼 연말까지 전국 주요 교도소에서 최소 4차례 수류탄과 다이너마이트까지 동원된 동시 다발적 재소자 간 유혈사태는 그렇게 일어났다. 약 70명이 숨진 11월 과야킬 교도소 폭동은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10월 18일) 이후의 일이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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