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쉬는데" 연차소진·무급휴직 강요
명확한 규제 없어 회사 입맛대로 규정 적용
"정부,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 적극 찾아내야"

국내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10만 명대를 이어가고 있는 20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제2주차장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뉴시스
최근 A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열이 계속되던 아내가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결과 양성이 나오면서 A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모두 키트를 해봤는데, 다행히 추가로 양성 판정이 나오진 않았다.
답답한 일은 A씨가 회사에 아내 진단 결과를 보고하면서 시작됐다. 회사는 A씨에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오면 출근하라고 했다. 그는 "PCR 검사받는 데 하루, 결과 나오는 데 또 하루가 걸리는데 무조건 연차에서 차감한다고 했다"며 "만약 PCR에서 양성이 나와 7일 격리하면 이것도 내 연차를 써야 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월급 또는 연차 포기하라는 '코로나 갑질'

코로나19 재택치료가 본격화하자 약국에선 감기약과 해열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20일 서울 시내 한 약국에 붙은 코로나 재택 가정 상비약 판매 안내문. 연합뉴스
하루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10만 명씩 나오면서 재택치료자가 급증하고 PCR 결과를 받아보기까지 이틀 이상이 걸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곳곳에서 '과부하'가 감지되는 가운데, 어쩔 수 없이 검진과 격리에 시간을 써야 하는 직장인들의 애를 태우는 이른바 '코로나 갑질'도 끊이지 않는다. 격리나 검사, 휴업을 이유로 들며 연차나 월급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깎는다는 하소연이다.
2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백신휴가뿐 아니라 검사 기간과 자가격리 기간에 개인연차 사용을 강요당한다는 제보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가족 확진으로 자가격리 통지를 받은 B씨에게 회사는 선택지를 줬다. 개인연차 사용 또는 무급휴가 2가지뿐이었다. B씨는 "지자체에서 자가격리를 하라고 한 건데 유급휴가가 맞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건 회사 재량이라는 말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코로나 핑계로 무기한 휴직도

게티이미지뱅크
소진할 연차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아예 회사가 일괄 무급 처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C씨는 이런 식으로 한 달 월급이 날아갔다. 동료 중 확진자가 발생했으면 무조건 자가격리에 들어가되, 유급휴가는 밀접접촉자로 통보받은 사람만 가능하다는 회사 지침 때문이다. 확진자 급증에 보건소가 일일이 밀접접촉자를 파악하지 않기 때문에 출근만 계속 밀리는 상황이다. C씨는 "3주째 출근을 못 하고 있다"며 "이렇게 계속 무급휴가가 지속되는 게 맞는 거냐"고 답답해했다.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병원 종사자들 피해는 더 심각하다. D씨가 일하는 요양병원은 확진자 발생을 이유로 특정 부서와 직원들에게 무기한 무급휴직을 통보했다.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일하는 E씨는 "원장님이 환자가 없는 날에는 집에서 대기하다 환자가 들어오면 출근하라고 했는데, 출근하는 날은 근무로 인정하고 대기하는 날은 무급 처리한다는 동의서 서명을 강요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병원 직원 F씨는 설 연휴 때 확진 후 PCR 음성 결과를 제출했지만 한 달간 무급 병가 처리를 당했다. 확진자는 음성확인서를 내도 무조건 '한 달 출근 정지'란 내부 규정이 갑자기 생긴 탓이다.
근로기준법도 유명무실… "정부 실태조사 해야"
무급휴직이나 연차 사용을 강요하는 건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부득이한 휴직, 휴업 등에도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검사나 접종, 격리 등 코로나19 관련 조항이 명확하게 없어 규제 사각지대가 생기고, 임금삭감, 연차소진 등 근로자 개개인이 그 피해를 짊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당한 강요를 하는 회사에 '익명신고센터'를 설치해 근로감독을 벌이고, 위반 사례는 처벌하는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정부는 대기업 지원에는 수십조 원씩 쓰면서 직격탄을 맞은 직장인, 비정규직 노동자, 소상공인이 어떤 피해를 입는지 관심에는 너무 인색하다"며 "임금손실 등 피해를 입은 근로자들에게 재난실업수당을 비롯한 추가 지원과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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