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세 당국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 차익에 세금을 매길 계획인 가운데, 이미 수년 전부터 가상자산에 과세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해 수십억 원에 이르는 추징금을 부과받은 경우도 나오고 있다.
2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도의 한 40대 남성 회사원은 2017년 말 보유한 비트코인의 자산가치가 4억 엔(약 40억 원) 이상으로 크게 불어나자 이 중 일부만 현금화하고 나머지는 다른 암호화폐를 구입하는 데 썼다. 그는 현금화한 부분에 대해서는 과세 당국에 소득을 신고했지만 암호화폐로 암호화폐를 산 데 대해서는 신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세무서로부터 2억 엔(약 2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당했다. 그는 “보유한 암호자산의 가치가 크게 떨어져 이를 모두 현금화해도 세금을 낼 수 없다”며 세무당국에 납세 유예를 신청했다.
일본에서 암호화폐 거래에 따른 차익은 급여소득이나 부동산 임대 소득, 주식 배당 소득 등에 해당하지 않는 ‘잡소득’으로 취급되며, 20만 엔을 넘는 경우에는 확정 신고를 해야 하는데 최고세율은 55%에 달한다.
특히 일본 세무당국은 2018년 자국 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연간 거래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2019년에는 전국 국세국에 암호자산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젝트팀을 설치하는 등 탈세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에는 국세통칙법 개정으로 자국 내 거래소에서 거래 이력이 있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를 조회할 수 있게 돼 거래 실태를 파악하기 쉬워졌다. 같은 해 3월에는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소재 가나자와국세국이 암호화폐 거래 소득을 숨겨 약 7,700만 엔을 탈세했다는 이유로 회사 임원(57)을 소득세법 위반 혐의로 고발,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벌금 1,800만 엔의 유죄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외출 자제로 집에 머물며 투자 목적으로 부담 없이 암호화폐 거래를 시작하는 경우가 늘면서, 세무 신고 상담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의 경우 올해부터 암호화폐 거래 차익이 250만 원 이상일 경우 과세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유예된 상태다. 대선후보들은 암호화폐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거래를 법적으로 제도화하고 비과세 한도를 5,000만 원으로 높이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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