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일 작성 'K현황(180101).hwp'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과 부적절한 거래 암시
이 시장 동생 호반건설 현장에 철근 납품 기회
요즘 광주광역시 지역 정가와 관가에선 'K현황 문서 파일' 이야기가 돌고 있다. 지난 17일 이용섭 시장의 동생 이모(65)씨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은 데, 이 파일이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씨가 직접 작성한 이 문서엔 정치 권력을 등에 업은 이씨와 기업총수 간 은밀한 '뒷거래' 정황이 담겨 있다. 특히 기업인이 유력 정치인을 향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드러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일 이씨에 대한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2018년 1월 1일 'K현황(180101).hwp'라는 한글 문서 파일을 작성했는데, 여기서 K는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을 지칭한다. 이씨는 2018년 1월 호반그룹이 부동산 개발사업 등을 추진하는 데 있어 광주시로부터 각종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대가로 김 회장에게서 그룹 계열 건설사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 철근을 납품할 기회를 받았다. 이씨는 그해 7월부터 호반건설산업의 전남 무안군 남악오룡지구 3차 아파트 신축 현장에 가공 철근 6,089톤을 납품해 2억5,573만여 원의 마진을 남겼다.
이씨는 철근 납품 계약(1월 10일)을 따내기 직전까지의 경과 등을 K현황 문서에 기록했다. 이 문서엔 김상열 회장이 당시 광주시장 선거 출마가 예정된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원할 의도로 철근 납품 가격을 올려서 계약을 체결해 주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 이씨는 이 문서에서 '(김 회장이) 지난 선거 때 적극적으로 도우고 싶은데 직접 지원할 수 없으니 공사비를 5억(원) 정도 올려주겠다고 약속했다', '2017년 8월 (김 회장이) 만나자고 해 회사로 방문했더니, 이번에 필히 출마해야 한다면서 꼭 출마하셔야 하니 철근 납품 값을 올려서 계약해 주겠다'고 적었다. 또 '2017년 12월 K가 직접 전화해서 4개 (아파트 신축) 현장 철근 견적을 의뢰할 것이데, 저가로 견적을 제출하지 말고 비용으로 쓸 수 있도록 가격을 충분히 높여 제출하면 K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했다'고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는 김 회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자, 그 이유를 4가지로 추측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김 회장이 구두로 선심성 얘기를 해놓고 당선 가능성이 없어 약속을 파기할 수 있고, 구두상 약속이 후보자(이용섭)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또 김 회장이 후보자가 상기 사례(김 회장 약속)에 대해 피드백을 하지 않아 약속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씨는 문서에서 김 회장이 약속을 어긴 데 대한 대안도 제시했다. ①'정식으로 세 번의 약속을 먼저 해놓고 약속을 안 지킨 점에 대한 언급은 하고 지나가야 함' ②'확인을 안 할 시(경우) K는 자기가 계속 지원해 왔다고 주장하거나 향후에도 계속적으로 허위 약속을 남발할 수 있음' ③'지금까지 일체의 지원금이 없었음을 확실히 전달할 필요가 있음' 등이다. 이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광주지법 형사9단독 김두희 판사는 "이씨가 김 회장에게 철근 납품 기회라는 이익 제공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정황이 보인다"며 "이씨가 광주시장을 거래 대상으로 삼아 부정한 이익을 취득하는 수단으로 전락시켰다"고 질타했다.
철근 납품 계약을 성사시킨 이씨는 같은 해 11월 13일 호반건설이 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2단계)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한 것과 관련해 이 시장과 김 회장의 연락을 주선했다. 이날 이용섭 시장은 김상열 회장과 전화 통화한 직후 당시 행정부시장에게 전화해 "민간공원 관련 공정성에 대한 이야기가 떠돌고 있으니 감사위원장으로 하여금 한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이날 광주시는 사업제안요청서 규정을 무시하고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했던 호반건설의 이의제기를 받아줬다. 이후 광주시는 이 사업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해 당초 우선협상대상자였던 금호산업(주)을 제치고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재선정했다. 뭔가 심각한 내막이 깔렸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판사는 "이씨가 이 시장과 김 회장의 연락을 주선하고 이에 따라 이 시장이 행정부시장에게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대한 감사 착수를 지시한 것이 아닌지, 즉 이씨가 실제 알선행위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정황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