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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 들어간 이란핵협상 타결… 韓 동결자금 문제 해결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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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 들어간 이란핵협상 타결… 韓 동결자금 문제 해결 기대감

입력
2022.02.18 18:09
수정
2022.02.18 22:3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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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에 수출 대금 70억 달러 묶여
자금 이전 시 한-이란 관계 개선 가능성
이란, "美 탈퇴 방지 보장해야" 요구 중

핵합의 복원을 위한 이란 측 협상 대표단장인 알리 바게리 카니 외무차관이 8일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회담장에 도착하고 있다. 빈=로이터 연합뉴스

핵합의 복원을 위한 이란 측 협상 대표단장인 알리 바게리 카니 외무차관이 8일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회담장에 도착하고 있다. 빈=로이터 연합뉴스

1년 가까이 끌어온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과 이란이 5%가 넘는 우라늄 농축 중단, 한국에 묶인 수출 대금 해제 문구가 담긴 합의문 초안을 두고 막판 논의에 들어가면서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한국과 이란의 오랜 난제였던 동결 자금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면서 양국 관계에도 청신호가 켜질지 주목된다.

우라늄 농축 농도 60→5% 제한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외교 관계자들을 인용, 20쪽 분량의 합의문 초안에 미국과 이란 양측이 순차적으로 이행해야 할 조치가 담겼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6개국(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과 이란 측 대표단이 관련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다.

복원 첫 단계는 우라늄 농축 허용한도 제한과 동결 자금 해제다. 우선 이란은 순도 5% 이상의 우라늄 농축을 중단해야 한다. 앞서 2015년 JCPOA 당사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억제를 대가로 대(對)이란 경제 제재 완화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우라늄을 3.67% 이상 농축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돌연 합의를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핵 활동을 점진적으로 늘려 현재 우라늄 농축비율은 60%까지 뛴 상태다. 이 비율이 90%에 이를 경우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고 본다. 초안은 우선 농축 레벨을 5% 수준으로 확 끌어내린 뒤 점진적으로 과거 수준인 3.67% 이하까지 낮추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에너지 생산용으로만 우라늄을 사용하라는 의미다.

대신 미국이 내놓을 카드는 한국에 묶여 있는 70억 달러(약 8조3,800억 원) 규모의 이란 자금 해제다.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한국 내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대이란 제재가 복원되면서 해당 계좌를 통한 거래가 막혀 있다. 한국 의지와 무관하게 묶이면서 이란과의 관계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핵협상 초안에 이 내용이 포함됐고 타결 가능성도 높다는 점은 우리 정부에 희소식이다. 이란과 교역을 완전히 복원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동맹과 한·이란 관계 중요성을 감안해 JCPOA 타결을 위한 외교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이란 테헤란에서 한 시민이 이란 국기가 그려진 벽화 앞을 지나고 있다. 이란은 2019년 이후 한국에 묶인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 해제를 요구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해왔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이란 테헤란에서 한 시민이 이란 국기가 그려진 벽화 앞을 지나고 있다. 이란은 2019년 이후 한국에 묶인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 해제를 요구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해왔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초기 단계 마무리돼야 제재 해제 가능

우라늄 농축 농도 5% 이하와 한국에 동결된 자금 해제 등 쌍방 조치가 초기 단계에서 마무리돼야 대이란 제재 조치 해제는 본궤도에 오른다. 과거 JCPOA와 같이 이번에도 이란의 핵 개발 중단과 미국의 제재 해제를 맞교환 하는 방식이다. 초안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이란 측 핵심 요구인 원유 수출 금지 해제는 초안의 쌍방 조치가 이행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이행 기간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데 통신은 “첫 단계 시작부터 제재 해제까지 1개월에서 3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골치 아픈 문제도 여전하다. 이란은 미국 측에 ‘탈퇴 방지’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한다. 4년 전 미국이 멋대로 뛰쳐나가면서 제재가 복원된 쓰린 경험이 있는 만큼, 불안 요소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얘기다. 반면 서방에서는 차기 정부를 합의에 구속시키긴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이란은 배수진을 쳤다. 탈퇴 금지를 보장하기 힘들다면, 향후 미국이 합의를 위반할 경우 우라늄 농축도를 60%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하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다. 외교가에서는 이 같은 민감한 제재 논의는 미국과 이란이 지금처럼 유럽연합(EU)의 중재하에 간접 대화 방식이 아닌, 직접 담판 형식으로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잡음에도 불구, 협상 타결 움직임은 날로 뚜렷해지고 있다. 이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AFP통신에 “이란이 진지함을 보인다면 며칠 내로 핵협상의 완전한 이행으로 상호 복귀하는데 대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허경주 기자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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