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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지만

입력
2022.02.18 22: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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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 세계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물건을 사용한다.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물건이 넘쳐나게 되고 정리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외국은 정리전문가라는 직업이 오래전 일반화되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청소와 정리정돈이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는데 정리는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것이고, 정돈은 필요한 물건을 사용하기 편리하게 수납하는 것이다. 즉, 정돈에는 버리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 청소는 더러운 물건이나 먼지를 제거하고 청결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청소와 정리정돈 중에서 어떤 것이 먼저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정리정돈이 잘된 집은 청소하기도 쉽고, 며칠 먼지를 닦지 않는다고 해서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굳이 우선순위를 이야기하자면 정리정돈이 먼저 진행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렵다. 막상 정리정돈을 시작하려면 가장 어려운 게 버리는 과정이다. 물건마다 사연도 각양각색이고 언젠가 필요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 배출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나는 사람들에게 배출을 강요하지 않는다. 배출을 강요하게 되면 정리에 대한 반감이 생겨 오히려 정리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건을 채울 때도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비울 때도 마음의 준비와 시간이 필요하기에 스스로 물건을 떠나보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거나 객관적으로 판단을 낼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는 편이다.

배출을 고민하는 물건의 대부분은 엄청 값비싸거나 희귀한 물건이 아니다. 보통 고민하는 물건을 보면 본인 감성과 맞지 않는 선물이나 사은품의 비중이 크다. 그 이유는 내가 필요해서 구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사용을 하지 않고 보관하게 되거나 기존 물건과 다른 디자인, 즉 나와 감성이 맞지 않아 사용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새 물건이라 버리기는 아깝고 선물해준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일단 보관은 했지만, 결국 배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다.

그다음으로 버리지 못하는 물건은 더 이상 즐기지 않는 취미용품이다. 장비만 보면 거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데 꾸준히 하면 좋겠지만, 흥미를 잃고 다른 취미활동을 시작하면 기존 취미용품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짐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사용하지 않고 쌓인 물건을 바로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기존 고객들의 이사 후나 거주 중 정리를 위해 방문해보면 처음 정리할 때 보관했던 물건이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다. 사용할 것 같고 아까워서 보관해두었던 물건이 방치되었다가 떠나보내기까지는 대략 6년 정도가 걸리는데, 이때 배출하는 모습을 보면 전문가도 놀랄 정도로 미련 없이 떠나보낸다.

앞으로 물건을 들일 때는 아무거나 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고 나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물건을 갖고 있으면 우리의 삶은 한층 더 행복해질 것이다. 나는 정리를 통해 선물하는 문화가 바뀌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형식적으로 꼭 물건을 전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나에게 의미 없는 물건이 있다면 꼭 필요한 곳에 나눔을 통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일을 하길 바란다.


김현주 정리컨설턴트·하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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