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삼성전자 장악한 파운드리 시장 균열
ARM 인수 참여 가능성도 제기...광폭 행보
왕년의 '반도체 제왕'으로 군림했던 인텔의 광폭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반도체 생산 위탁(파운드리) 사업 진출에 천문학적인 자금 투자 계획을 밝힌 데 이어 관련된 기업 인수합병(M&A)에도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번엔 공식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나선다는 소식을 밝히면서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양분 중인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변화까지 점쳐지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인베스터 데이 2022'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의 총 시장 규모는 10년 뒤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150억 달러(약 137조 원)로 예상된다"며 "자동차 반도체 솔루션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전담 그룹을 출범한다"고 말했다. 인텔은 앞선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급 부족 상태인 차량용 반도체를 신성장동력으로 장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자동차는 바퀴 달린 컴퓨터"...인텔이 주목하는 차량용 칩
자동차는 자율주행 기술, 자동 비상 제동 등 첨단 정보기술(IT) 서비스가 들어간 '바퀴 달린 컴퓨터(PC)'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인텔은 자동차 생산 비용에서 반도체 비중이 현재 4%에서 2030년엔 20%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연내 차량용 반도체 전문 칩인 '인텔16'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 2년간 반도체 품귀 현상을 겪으면서 자체 칩 생산 검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테슬라 역시 자체 설계한 칩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텔은 첨단 칩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겔싱어 CEO 취임 이후 달라진 인텔...TSMC·삼성 위협
지난해 2월 겔싱어 CEO가 취임한 이후 인텔은 빠르게 체질개선을 하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삼성전자에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이에 인텔은 작년 4월 200억 달러(약 24조 원)를 투자, 미 애리조나에 2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엔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2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팹)의 추가 건설 계획까지 내비쳤다. 최근엔 이스라엘 파운드리 업체인 타워반도체를 54억 달러(약 6조5,0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인텔의 공격적인 행보에 긴장한 TSMC와 삼성전자도 적극적인 투자로 맞대응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가 53.1%로 1위를, 삼성전자가 17.1%로 2위를 각각 마크했다. 블룸버그에서 예측한 올해 반도체기업의 시설투자 규모는 TSMC가 400억 달러(약 47조9,000억 원), 삼성전자가 360억 달러(약 43조 원) 이상, 인텔이 280억 달러(약 33조5,000억 원) 수준이다.
엔비디아가 실패한 ARM 인수 나설지도 주목
한편 이날 겔싱어 인텔 CEO는 영국의 반도체기업인 ARM 인수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ARM은 전 세계 모바일 반도체 설계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ARM의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와 애플, 구글, 퀄컴 등이다. 최근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업계 최강자인 엔비디아가 ARM의 인수를 시도했지만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 등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겔싱어 인텔 CEO는 "ARM을 인수하는 컨소시엄이 만약 꾸려진다면 어떤 식으로도 참여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타진하기 전부터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논의해왔다"고 말했다. 인텔이 이를 직접 인수할 경우 반독점 문제가 다시 떠오를 수 있는 만큼 주요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인수에 나서면서 안정적으로 ARM의 기술력을 흡수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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