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수선·맞춤업체 '로즈리나' 정종미, 김보나 대표
돌, 결혼식, 환갑... 한복은 특별한 날 입는 옷이다. 큰마음 먹고 마련했건만 행사가 끝나면 고이 접힌 채 상자 속에 방치되는 일이 다반사다. 시간은 흐르고, 체형은 변하며, 유행도 지난다. 한복은 그렇게 장롱 속 애물단지가 된다.
한복 수선·맞춤 업체 로즈리나의 정종미(58), 김보나(28) 대표는 이처럼 낡고 오래된 한복을 재탄생시키는 리폼 전문가이자 한복 디자이너다. 둘은 모녀 관계로, 지난해 열린 충북기능경기대회 한복 직종에서 딸이 금메달, 엄마가 동메달을 거머쥔 실력파. 둘 다 한복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남다르다. 17일 전화로 만난 모녀는 "한복의 매력은 실루엣"이라며 "풍성한 치마와 몸에 꼭 맞는 저고리가 우아하고 단아한 자태를 돋보이게 해 주는 옷"이라고 설명했다.
모녀는 충북 청주의 매장에서 한복을 수선하고 만든다. 취미로 배우다 한복의 매력에 빠진 정 대표가 12년 전 온라인상에서 먼저 한복 리폼을 시작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매장을 내고 맞춤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하고 직장 생활을 하던 딸은, 정 대표가 사고로 몸을 다치자 회사를 그만두고 3년 전부터 엄마를 돕고 있다.
요즘 한복을 새로 맞춰 입는 사람들은 드물다. 비싼 데다 잠깐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다. 그보다는 빌려 입거나 리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리폼은 보통 9만~20만 원(치마, 저고리 한 벌 기준)이 드는데 대여할 때와 비슷한 비용으로 나만의 한복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김 대표는 "단순히 낡은 깃, 동정을 교체하기도 하고, 소매 끝에 있는 화려한 자수를 없애는 식으로 디자인을 아예 바꿔 달라는 리폼 요청도 많다"고 전했다. .
실제로 한복도 유행을 탄다. 예전에는 한복 배래 통이 넓은 붕어 모양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직배래로 통이 좁아졌다. 또 과거에는 깃과 동정이 좁고 고름은 넓고 길었다면 최근에는 깃과 동정은 넓어지고 고름은 좁고 짧아졌다. 치마 주름도 기존보다 넓고 깊게 잡는다. 김 대표는 "색상도 파스텔 톤을 선호한다"며 "다만 무조건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의 피부 톤에 맞춰 입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연 있는 한복을 리폼할 때면 보람이 더 크다. 정 대표는 "결혼식 때 입었던 한복을 아이 한복으로 바꾼다거나 자신이 구순에 입을 한복을 리폼했던 사례들이 기억에 남는다"며 "버릴 수도 없고 그대로 입기도 애매했던 한복들이 우리 손을 거쳐 다시 태어나고 손님들도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복이 일상에서 보다 즐겨 입는 옷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통이라는 가치는 현대에서도 그 생명력이 유효할 때 빛을 발하는 법이다. 김 대표는 "이제는 결혼식 때도 전통 한복을 잘 입지 않다 보니 빌려 입는 사람조차 줄어드는 추세"라며 "서울, 전주, 경주의 궁이나 유적지에 가면 한복 입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듯이, 한복을 입는 행사나 기회가 늘어나 한복이 조금 더 자주 꺼내 입는 옷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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