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샷 온 아이폰' 캠페인 단편영화 '일장춘몽' 18일 공개
"단편영화를 찍는 이유는 장편 상업영화를 할 때 시도할 수 없는 실험적이거나 새로운 시도를 마음껏 해볼 수 있어서입니다. 이런 작은 전화기로 찍는다고 할 때 먼저 떠오른 것은 자유롭다는 것이었어요. 자연스럽게 특정 장르 영화가 아니라 마음대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소리꾼이 나와 판소리를 하는 잔치판 같고 마당극 같은 영화가 됐죠."
박찬욱 감독이 애플의 아이폰으로 찍은 두 번째 단편영화 '일장춘몽'이 18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2011년 동생 박찬경 감독과 함께 아이폰4로 촬영한 '파란만장'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은 박 감독은 이번엔 아이폰13프로를 20분 길이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유튜브의 애플 공식 채널에서 이날부터 볼 수 있다.
'일장춘몽'은 애플의 '샷 온 아이폰(Shot on iPhone)'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아이폰의 카메라 성능을 홍보하는 캠페인으로 애플이 제작을 지원했다. 앞서 미셸 공드리, 데이미언 셔젤, 첸커신, 지아장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들이 참여했다. 박 감독은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동생과 함께 '파킹찬스'라는 팀으로 '파란만장'을 만들었던 기억이 좋아서 그 뒤에도 단편을 만들 기회가 생기면 꼭 해왔다"며 "진보한 기술이 탑재된 기계로 새로운 단편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장춘몽'은 호러 시대극으로 시작해 활극,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를 가미하고 마당극 뮤지컬로 끝나는 영화다. 마을을 구한 은인이라는 검객 흰담비(김옥빈 분)의 관을 만들 나무를 구하기 위해 장의사(유해진)가 무덤을 파헤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관을 두고 흰담비의 영혼과 원래 관의 주인인 검객(박정민)의 영혼이 소란을 피우고 이를 배경으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같은 크로스오버 마당극이 펼쳐진다. 음악은 이날치를 이끄는 영화음악가 장영규가 맡았다.
박 감독의 영국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촬영한 김우형 촬영감독이 다시 한번 카메라를 잡았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모니카가 안무를 맡았다. 김 감독은 "도전이라기보다는 경쾌하고 재밌는 작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렌즈를 추가하지도 않고 기존의 카메라 장비도 쓰지 않은 채 휴대전화를 손으로 들고 찍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를 세팅하는 데 드는 시간이 크게 줄어 찍고 싶을 때 바로 찍을 수 있는 기동성이 좋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감독은 "전문가용 카메라에 뒤지지 않는 이런 카메라를 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 놀랍다"며 "영화가 거창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서 겁먹고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으니 뭐든지 시작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시작하는 사람에겐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화면으 어떻게 구성하느냐도 어려운 문제"라며 "같은 이야기도 실내나 실외, 표준렌즈나 망원렌즈 중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데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고 차이를 직접 비교해볼 수 있어 영화감독이나 촬영감독이 되는 데 좋은 훈련이 된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은 아이폰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로 넘어갈 때 필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어색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 촬영 현장에서도 비슷한 어색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옥빈은 "큰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면 (카메라의) 눈을 의식하게 되는데 이번엔 아이폰이 늘 3, 4대 또는 5, 6대가 찍고 있어서 크게 의식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박정민 역시 "카메라가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할 때가 많아 좀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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