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성 납품' 이용섭 광주시장 동생 징역 1년6개월

호반건설에서 철근 납품 기회 얻어

광주지법 청사 전경

광주광역시와의 관계에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이용섭 시장에게 알선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호반그룹으로부터 계열사 아파트 건설 현장에 철근 납품 기회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시장의 동생 이모(65)씨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광주지법 형사9단독 김두희 판사는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이씨가 도주할 우려가 없는 데다, 방어권 보장 필요성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김 판사는 "2018년 이씨가 광주를 기반으로 한 유력 정치인인 이용섭 광주시장 후보의 친동생이라는 점을 내세워 가공 철근 납품 기회를 제공받는 이익을 수수했다"며 "실제 이씨가 운영하는 철근유통업체(대리점) K사는 다른 업체보다 현저히 유리한 가격으로 호반건설이 진행하는 전남 무안군 남악·오룡지구 아파트 건설 현장에 철근을 납품해 2억 원이 넘는 이익을 취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18년 1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에게 "호반그룹이 광주시와의 관계에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친형인 이 시장에게 알선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그룹 계열 건설사와 관계사에 아파트 건설 공사용 철근 1만7,112톤(133억 원 상당)의 납품 기회를 부여받는 등 금전적 이익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2011년 11월부터 시스템 에어컨을 시공하는 전문업체를 운영해 오다가 2017년 3월 K사를 추가로 설립했다. 당시 신생 법인이었던 K사는 한 달 뒤 관련 실적이 없는데도 호반건설 협력업체로 등록됐다. 호반건설은 원가 절감을 통한 이윤 극대화를 위해 자재 구매 시 최저가 입찰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K사에겐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실제 K사는 2018년 1월 남악·오룡지구 아파트 건설현장에 대한 철근 납품권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따냈다.

김 판사는 "이씨가 직접 작성한 K(김상열 회장 이니셜) 현황 분석 파일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씨에게 철근 납품 비용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이용섭에 대한 자금 지원을 약속했으나 2017년 12월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둔 2018년 1월쯤 이용섭씨가 광주광역시장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김 회장은 그해 1월 4일쯤 K사에게 철근 납품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검찰도 이씨가 자신이 이 시장 동생이란 점을 철근 납품 영업에 활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씨가 시쳇말로 형의 이름을 팔아 장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과거 시스템 냉난방기 납품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보전 차원에서 철근 납품 기회를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이씨가 검찰에서 진술한 바와 달리 법정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와 같은 주장(손실 보전 차원 납품)을 하는 것으로 보여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이씨가 광주시장을 거래 대상으로 삼아 부정한 이익을 취득하는 수단으로 전락시켰고, 광주시 공무원의 직무 수행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