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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라" vs "오해다" 지주사 전환 앞두고 '선거 암초' 만난 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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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라" vs "오해다" 지주사 전환 앞두고 '선거 암초' 만난 포스코

입력
2022.02.21 04:30
수정
2022.02.21 08: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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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의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

경북 포항시의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

철강사에서 탈피해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내달 지주회사 출범을 예고한 포스코가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지주회사 본사를 서울에 두기로 결정하자 기존 포스코 본사 소재지인 경북 포항시에 이어 유력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다. 민간기업 포스코의 서울 본사 설립이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슈'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주총'이란 큰 산 넘었는데 새로운 암초가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내달 2일 포스코의 지배구조는 포스코홀딩스가 정점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기존 포스코가 포스코홀딩스(존속법인)와 철강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신설법인·비상장)로 물적분할되고, 포스코케미칼(상장사) 포스코에너지 등 계열사들이 포스코홀딩스의 자회사가 된다. 신사업 투자를 전담하는 포스코홀딩스를 전면에 내세워 '굴뚝기업' 이미지를 벗고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 구조 어떻게 바뀌나. 그래픽=강준구 기자

포스코 구조 어떻게 바뀌나. 그래픽=강준구 기자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주회사 중심의 지배구조 구축으로 이차전지 소재 등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신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거란 기대감에서다. 지난달 2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물적분할 안건이 출석주주의 압도적 찬성률(89%)로 가결된 것도 이런 기대감이 한몫을 했다.

정작 논란은 다른 데서 불거졌다. 포스코홀딩스 본사와 산하 미래기술연구원 소재지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로 결정하자 포항시를 중심으로 "본사는 서울에, 공장은 포항에 두느냐"며 거센 반발이 시작됐다. 포항시는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설립을 막겠다며 부시장이 단장인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고, 포항시민 절반 가까이 서명 운동에 동참할 만큼 반발은 커지고 있다.

"민간회사 일인데"…포스코는 당혹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등 대선 후보들까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포스코홀딩스를 포항에 둬야 한다고 거들자 포스코 내부는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포스코는 엄연히 민간회사인 데다 지주회사 전환은 주총에서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이 결정했는데, 정치권이 최고경영자 거취까지 거론하며 주총 결정을 뒤집으라고 압박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기존 서울 포스코센터에 있던 전략부서를 지주회사로 돌리는 거라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는 건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철강 자회사 포스코 본사는 그대로 포항이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주회사 직원은 종전대로 200여 명 수준으로 지역에서 우려하는 인력 유출이나 세수 감소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경북 포항시 남구의 경상북도재향군인회 포항향군회관 2층에 마련된 포스코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를 찾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심 대표는 "포스코는 개인 기업이 아닌 대일청구권으로 설립된 민족기업인 만큼 기업 이윤을 따라 회사를 옮기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라고 말했다. 포항=뉴스1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경북 포항시 남구의 경상북도재향군인회 포항향군회관 2층에 마련된 포스코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를 찾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심 대표는 "포스코는 개인 기업이 아닌 대일청구권으로 설립된 민족기업인 만큼 기업 이윤을 따라 회사를 옮기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라고 말했다. 포항=뉴스1

신사업 투자와 연구개발(R&D)은 유능한 인재 영업이 관건이라 지주회사를 서울에 두는 건 당연하다는 논리다. 사무직은 경기 성남시 판교까지만 간다고 '판교라인', 엔지니어는 용인시 기흥이 마지노선이라는 '기흥라인'이 산업계 불문율로 통한다. 그만큼 박사급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지주회사가 주소지를 서울에 둔다는 게 이전부터 나왔던 얘기인데 포항시는 투자 지원책 등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다가 임시주총 며칠 전부터 반발을 시작한 점도 지적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를 포항에 둔다고 했으면 오히려 주주들이 반대했을 것"이라며 "사실 업계에서 볼 때 이번 논란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과거 비슷한 사례 돌아보니

반면 포항시는 결사적이다. 포항시의회 관계자는 "포스코 산하 포항산업과학연구소는 포항에 있어서 인재가 없느냐"며 "대선주자들이 약속한 게 있는 만큼 새 정부에서 어떤 조치가 있을 걸로 보고 계속 반대 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뒤에는 6·1 지방선거가 이어져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재계는 정치권이 압박을 이어가도 현재로서는 지주회사를 포항으로 옮기는 건 어렵다고 본다. 과거 비슷한 사례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다.

2019년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로 출범한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서울에 둔다고 했을 때도 울산시 등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지방세 감소와 인력 유출이 극심할 거란 우려였다. 하지만 한국조선해양이 그해 6월 1일 예정대로 서울 계동에 둥지를 튼 뒤 다시 울산으로 되돌리자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포스코홀딩스 설립 반대'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이강덕 포항시장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포스코홀딩스 설립 반대'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시 우려가 기우였던 게 증명됐기 때문"이라며 "지주회사는 수백 명 수준의 전략조직인데 이를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게 과연 지역 균형발전에 부합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압박이 계속될 텐데 포스코로서는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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