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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일이라고 하면 일단 눌러본다"...'K제품'에 구애하는 동남아 이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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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일이라고 하면 일단 눌러본다"...'K제품'에 구애하는 동남아 이커머스

입력
2022.02.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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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피 싱가포르 페이지에서 따로 구분해 팔고 있는 한국 마스크 제품들. 쇼피 싱가포르 캡처

쇼피 싱가포르 페이지에서 따로 구분해 팔고 있는 한국 마스크 제품들. 쇼피 싱가포르 캡처

"앞에 'K스타일'이라는 말이 붙으면 잘 팔린다."

이는 최근 몇 년 새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에 생긴 새로운 불문율이다. 화장품부터 식품, 패션, 음악까지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동남아 시장을 꽉 잡고 있는 e커머스 업체들은 한국 브랜드 입점에 역량을 쏟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포화 상태인 내수시장을 벗어나 6억 명 이상의 인구를 자랑하는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7일 국내 업계에 따르면 현재 동남아 e커머스 시장의 '원투 펀치'는 쇼피와 라자다다. '동남아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쇼피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뿐 아니라 브라질과 멕시코까지 진출한 플랫폼이다. 지난해 전년 대비 135% 성장한 50억~52억 달러(약 6조~6조2,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2016년 인수한 라자다는 지난해 9월 기준 활성 사용자수(MAU)가 1억5,900만 명에 달할 정도다.

매해 두 배에 달하는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쇼피와 라자다가 최근 가장 힘을 쏟는 콘텐츠는 'K-제품'이다. 음악과 드라마 등을 소비하며 한국 문화에 익숙한 동남아 소비자들에게 한국 제품은 '비싸도 품질이 우수하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쇼피나 라자다에서는 한국산 제품이 아닌데도 'K-style(한국 스타일)'이나 'K-drama style(한국 드라마 스타일)'이라는 이름을 단 상품을 흔하게 찾을 수 있다"며 "이름에 'K'만 달리면 클릭률이 달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쇼피 내 한국 제품의 2018년 대비 2021년 주문량 상승률(자료: 쇼피코리아)

건강 100배
리빙 및 취미(K팝) 80배
9.9 슈퍼 쇼핑 데이 30배
10.10 브랜드 페스티벌 40배

덕분에 쇼피와 라자다는 최근 3년 새 한국에 지사나 사무실을 열고 판매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장님'들에게 직접 입점 제안을 하는 것은 물론, 설명회나 교육 프로그램 등을 열어 창업까지 지원하고 있다. 대상은 대기업부터 동대문 패션상가 상인과 온라인몰까지, 품목은 뷰티 제품이나 패션, 건강식품까지 다양하다.

가끔 의외의 상품이 높은 판매고를 올리곤 하는데, 지난해 쇼피 말레이시아에서는 '이태리타올'이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쇼피코리아 관계자는 "연중 덥고 습한 데다 실내외 온도차가 큰 환경 특성상 피부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앞세우는 것은 확장성과 물류다. 두 플랫폼 모두 판매자가 한 번만 제품을 등록하면 자동으로 여러 국가에서 판매할 수 있고, 자체 물류망 및 현지 물류 업체들과의 협력으로 짧은 시간 내 직배송이 가능하다. 사실상 한국 판매자 입장에서는 물건만 준비해 창고로 보내면 그 뒤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다.

대만과 싱가포르에서 7개월 만에 매출이 110배 성장한 차(茶) 브랜드 오설록 측은 "차는 보통 1년 6개월 정도로 유통기한이 짧아 관리가 중요한데, 판매 국가에서 재고 관리를 할 필요 없이 국내 물류창고에서 현지로 바로 배송이 가능해 부담감이 훨씬 덜하다"고 말했다.

국내 판매자들에게도 동남아 시장은 새로운 기회다. 6억5,000만 명이 넘는 동남아 인구의 52%는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30세 이하 Z세대다. 또한 2030년까지 중산층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어마어마한 구매 잠재력을 갖췄다.

2025년 동남아 e커머스 시장 규모는 1,720억 달러(약 20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가 정체기를 넘어 감소기에 접어든 국내와 달리 동남아 시장은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지자체들도 소상공인들의 동남아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국내 소상공인들과 해외 플랫폼, 지자체 및 정부기관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 당분간 국내 기업의 동남아 진출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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