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에 조금 못 미치는 8년의 시간 동안 배우 연우진은 크게 달라졌다. 2014년의 연우진과 2022년의 연우진은 연기 스타일도, 가치관도 같지 않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그 시간 동안 연우진과 마음속에 꾸준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영화다. 2014년부터 제작을 준비했지만 중단됐고, 2020년에 크랭크인 했다. 세월이 흘러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와 재회한 그는 "예전에는 연기 변신을 시도하고 한 인간의 파격적인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시간이 흐르니 깊이감을 알게 됐고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 욕망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 이야기했다.
17일 연우진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 작품은 출세를 꿈꾸는 모범 병사 무광(연우진)이 사단장의 젊은 아내 수련(지안)과의 만남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무광은 넘어서는 안 될 신분의 벽과 빠져보고 싶은 위험한 유혹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작품에는 연우진이 지난 시간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이 오롯이 녹아 있다.
태닝과 다이어트
연우진은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춰 무광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은 나약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걷잡을 수 없는 선택을 하며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거다. 감정의 변화에 포인트를 잡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비주얼적으로도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고향인 강릉에서 햇빛을 받으면서 태닝을 많이 했다. 태닝숍에 가기도 했지만 자연적으로 탄 모습이 더 좋을 듯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순두부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다이어트를 하기도 했다. 연우진은 자신에게 간헐적 단식을 통한 다이어트가 잘 맞는 듯하다고 했다.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하는 만큼 수위 높은 장면들이 펼쳐진다. 배우들은 과감한 노출을 시도하며 아찔한 사랑을 표현해낸다. 연우진은 "짐승같이, 조금은 변태적으로, '이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나'라는 의문을 던질 정도로 더 큰 쾌락을 쫓아가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베드신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라고 하면서도 "본능을 쫓는 인간의 디테일한 감정들을 잘 표현해 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베드신도 처음이 힘들어요. 베드신에 대한 어려움보다도 작품에서 하는 것들 중 처음인 게 많았죠. 두려움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이겨내면서 큰 만족감을 느꼈어요. 작품을 하면서 뭔가를 꾸며내거나 덧붙이려고 하지 않았어요. 느끼는 감정 그대로를 표현했습니다."
운명 같은 만남
촬영이 쉽진 않았지만 장철수 감독, 상대 배우 지안과의 작업으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는 오랜 시간 배우로 살아가며 상대방과의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고 했다. 지안과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표현한 연우진은 "지안 배우님이 출연해 주셔서 내가 연기한 무광이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베드신 촬영에 대해서는 "상대방을 최대한 존중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장 감독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미팅 당시 장 감독이 "무광 역을 꼭 해줬으면 좋겠다"며 군복 같은 체크무늬 남방을 선물했단다. 이들은 함께 공연을 보러 가기도 했다.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장 감독의 모습은 세심함 그 자체였다. 당시를 떠올리던 연우진은 "감독님께서 눈동자 각도까지 조절해 주시면서 군인다운 모습을 위한 디테일함을 요구하셨다"고 전했다.
연우진의 철학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통해 필모그래피에 강렬한 한 획을 그은 지금,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연우진은 "소통을 좀 많이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자신한테도 솔직해지고 싶고, 다른 사람들과도 소통하고 싶다. 단절된 상황 속에서 나름의 벽이 있었다면 그걸 걷어내고 소통을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맞이하고 싶다. 그런 시간을 가지면 더 나은 연기를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배낭여행을 꿈꾸고 있다고도 했다.
연기 철학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연우진은 "너무 연기에 몰두하거나 일에 미쳐 있으면 스스로 힘들어진다. 그게 항상 좋은 연기로 표현되는 건 아니다. 일을 하는 것만큼 쉬는 것도 중요하다. 쉴 때 잘 비워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는 솔직하면서도 실력 있는 배우가 되길 꿈꾼다. "제 자신답게 표현되길 원해요. 잘 쓰일 수 있는 배우, 작품에 따라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 최선을 다하고 책임감 있는 배우로 남고 싶죠."
연우진의 고민이 담겨 있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오는 2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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