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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광주 아파트 사고 막을 수 있었다… AI가 민원 폭증 감지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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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광주 아파트 사고 막을 수 있었다… AI가 민원 폭증 감지했더라면"

입력
2022.02.19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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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인터뷰>
올해 '디지털 국민권익 플랫폼' 구축에 역점
민원 빅데이터 분석해 사전 위험 징후 포착
메타버스에서 민원 접수부터 결과 확인까지
"대선 후보들의 디지털 정부 공약, 큰 틀 동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디지털 국민권익 플랫폼을 구축해 대국민 민원 서비스의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디지털 국민권익 플랫폼을 구축해 대국민 민원 서비스의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새해 벽두인 지난달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에 신축 중이던 29층 아파트 건물이 붕괴돼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다. 불과 7개월 전인 지난해 6월 9일엔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5층 건물이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두 참사는 총체적 안전불감증에서 비롯한 후진적 인재라는 점 외에도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사고 이전부터 공사장 안전사고를 우려하며 대책을 요구하는 다수의 민원이 여러 경로로 제기됐다는 점이다. 화정동 참사의 경우 관할 구청이 사고에 앞서 수개월 동안 인근 주민들로부터 접수한 민원만 380여 건에 달한다. 수많은 민원이 경고등을 깜박였지만 사고 방지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범정부 민원 총괄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해 민원 처리 체계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모든 사고는 조기 징후가 있기 마련인데, 그중에서도 민원은 매우 중요한 시그널"이라며 "민원의 빈도와 양상을 분석해 사전에 특이점을 포착할 수 있다면 일종의 사전 예방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원이라는 조기 경보를 수렴해 선제적으로 위험 요인을 해소하겠다는 얘기다.

권익위는 이런 안전사회 구상을 올해 역점 사업인 '디지털 국민권익 플랫폼' 구축으로 실현할 참이다. 새 플랫폼은 국민신문고와 국민생각함 등 기존 민원 창구에 메타버스·블록체인·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접목한 시스템이다. 연간 수천만 건에 이르는 민원 빅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각종 위기 상황을 예보하고 제도 개선 과제를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다. 국민 입장에선 민원 신청부터 처리 결과 확인까지 온라인 가상공간(메타버스)에서 한번에 해결할 수 있어 편리하다.

전 위원장은 "디지털 국민권익 플랫폼은 민원 업무 혁신을 넘어 범정부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는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늘리고 행정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하겠다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도 상통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국민신문고 메타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국민신문고 메타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지난 5일 "명실상부한 국민권익 시대를 열겠다"며 '디지털 국민권익 플랫폼 2022 비전'을 발표했는데.

"기존 민원 해결 시스템에 디지털 신기술을 접목한 행정 플랫폼을 만들어 대국민 서비스를 편리하고 신속하게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한 해 권익위에 접수되는 민원 건수는 국민신문고 1,300만여 건, 국민콜 110 전화상담 600만 건을 합해 2,000만 건에 가깝다. 국민 3명 중 1명꼴로 행정 피해와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민원을 보다 쉽고 빠르게 해결하고, 나아가 빅데이터로 모아진 민원이 정책 및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존 방식과 비교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다면.

"디지털 국민권익 플랫폼은 메타버스 환경을 구현해 민원 처리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민원인이 1,000여 개 공공기관이 입점한 가상 공간에 들어가서 아바타와 화상 상담을 하면 해당 기관이 자동 연결돼 민원이 접수된다. 기존 시스템에선 민원인이 불편을 접수하고 담당 공무원이 이를 확인하는 데 일주일이 걸리는데 이를 단 몇 분으로 단축하는 것이다. 접수 이후에도 담당자와 실시간 채팅을 통해 처리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새 플랫폼에 'AI 챗봇서비스'도 도입한다던데.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의 상당 부분이 즉문즉답이 가능한 사항이다. 선례가 있거나 반복되는 내용은 굳이 민원을 접수하지 않더라도 AI 챗봇과의 상담으로 해소할 수 있다. 축적된 민원 데이터와 AI 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간단한 민원은 이처럼 빨리 해결되고, 담당 공무원은 난이도가 있는 민원을 심층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기술로도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인가.

"권익위가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로도 어느 정도 가능은 하지만, 플랫폼 기능을 온전히 살리는 고차원적 알고리즘을 처리하려면 슈퍼컴퓨터의 인공지능이 필수적이다. 공공기관 중에선 기상청이 유일하게 슈퍼컴퓨터를 갖추고 대국민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슈퍼컴퓨터를 구비하는 데만 500억~60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민원 빅데이터 분석으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실익은.

"지금도 권익위 데이터분석과에서 축적된 민원 데이터를 분석해 시기별, 지역별로 국민들의 가장 큰 불편사항을 파악하고 그 우선순위에 따라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다만 빅데이터 분석이 수동으로 이뤄지고 시간도 상당히 걸리다 보니 사후 조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빅데이터 업무가 자동화·고도화된다면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피해 규모를 예측하는 등 각종 국가적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국민 생활과 직결된 특이 민원을 포착해 '핀셋 위기 예보'를 발령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고 징후를 어떻게 포착할 수 있나.

"대다수 안전 사고는 사전 징후가 있다. 빈발하는 민원의 유형과 현황을 분석하면 초기 단계에서 이상 조짐을 인지할 수 있다. 지난달 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 사고가 그런 경우다. 사후에 민원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니 사고 직전 몇 달에 걸쳐 안전 관련 민원이 수백 건 접수됐다. 이런 초기 사인을 미리 포착했더라면 안전 점검을 보다 면밀히 해 안타까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부패·공익신고에 '아바타 신고'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메타버스상에서 신고자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아바타를 통해 공익신고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종의 '디지털 대리 신고제'로, 누구나 신분 노출 부담 없이 쉽게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대선후보 공약 가운데 이번 권익위 정책 방향과 연계되는 게 있나.

"대선후보 대부분도 정부의 디지털 혁신을 역설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AI로 국민 생각을 반영해 정책화하는 '공약위키' 플랫폼을 주창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핵심 기능이라며 정부가 앞장서서 디지털 대전환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국민주권 시대를 연다는 면에서 디지털 국민권익 플랫폼과도 방향과 내용이 사실상 같아 차기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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